한국 스타벅스 분위기는 글로벌 본사와 달라, 이마트에게 이만한 효자 없네

▲ 글로벌 스타벅스 본사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 스타벅스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사진은 스타벅스의 고급 매장인 스타벅스리저브 매장 내부. < SCK컴퍼니 >

[비즈니스포스트] 고객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지만 한국만은 예외다. 스타벅스 얘기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가 이마트의 효자 계열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마트가 SCK컴퍼니 지분을 추가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무리한 투자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 실적 부침을 만회해주는 '든든한 뒷배'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11일 글로벌 스타벅스 본사와 한국 스타벅스를 비교해보면 현재 처한 상황이 서로 정반대인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법인은 SCK컴퍼니다. 과거 스타벅스커피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있을 때만 해도 이마트의 지분율이 50%였지만 현재는 이마트가 지분 67.5%, 싱가포르투자청이 지분 32.5%를 들고 있다.

SCK컴퍼니는 이미 실적 측면에서 이마트의 핵심 계열사나 다름없다. 1분기에 매출 7346억 원, 영업이익 327억 원 냈는데 이는 2023년 1분기보다 매출은 7.6% 늘고 영업이익은 59.5% 늘어난 것이다.

이마트의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되는 주요 자회사 가운데 매출이나 영업이익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SCK컴퍼니와 같은 성과를 보이는 계열사는 보이지 않는다.

매출로 보나 영업이익으로 보나 SCK컴퍼니는 이마트 주요 계열사 가운데 으뜸이다.

1분기 기준으로 각 계열사 매출을 살펴보면 이마트24 5114억 원, 미국법인 PK리테일홀딩스 5083억 원, SSG닷컴 4134억 원, 신세계푸드 3818억 원, 이마트에브리데이 3508억 원 등으로 SCK컴퍼니가 거둔 매출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SCK컴퍼니가 1분기 거둔 영업이익도 신세계프라퍼티 122억 원, 조선호텔앤리조트 54억 원, 신세계푸드 45억 원, 이마트에브리데이 36억 원 등을 한참 앞선다.

SCK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3조 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400억 원 가까이 냈다.

이마트는 지난해 신세계건설 탓에 연결기준 영업손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는데 그나마 SCK컴퍼니의 선전 덕분에 적자 규모가 줄었다는 분석이 있었을 정도다.

이마트에게 SCK컴퍼니의 존재는 든든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이런 상황은 3년 전만 하더라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이마트가 SCK컴퍼니 지분을 67.5% 보유하게 된 이유는 3년 전 미국 스타벅스 본사인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날이 들고 있던 지분 50% 가운데 일부를 추가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애초 스타벅스를 한국에 들여오면서 미국 본사와 50대 50의 지분율로 합작법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세워 20년 넘게 사업을 함께 했다. 

이마트가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날에 준 금액만 4700억 원이 넘었다. 당시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 패션 플랫폼 W컨셉,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 등을 연달아 인수했던 터라 스타벅스 지분까지 사들이는 것은 다소 무리한 판단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이마트가 제시한 지분 인수 제안에 콜옵션까지 담겨있다는 점도 미국 본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국 본사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마트에 팔았던 지분을 다시 되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마트가 얻을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 살펴보면 이마트의 결정은 옳은 판단이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SCK컴퍼니 지분의 추가 인수가 없었다면 이마트의 연결기준 실적은 더 부진했을 수 있다.

물론 SCK컴퍼니 때문에 위험한 시기도 겪었다.

지분을 더 사들이고 난 뒤 1년 만인 2022년 8월 스타벅스의 유명 증정품인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 스타벅스 분위기는 글로벌 본사와 달라, 이마트에게 이만한 효자 없네

▲ 한국 스타벅스는 다양한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선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SCK컴퍼니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스타벅스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

스타벅스가 국내 소비자에게 꾸준히 선택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가격 인상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뽑는 시선이 많다.

SCK컴퍼니는 2022년 1월 커피 등 음료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했다. 이는 2014년 7월 이후 만 7년6개월 만이었는데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가격을 3~4년마다 올리고 있는 것과 비교해 인상 주기가 짧은 것이었다.

해외 스타벅스와 비교해도 국내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 주기가 짧은 편으로 여겨진다. 대표적으로 일본 스타벅스는 최근 3년 연속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이밖에도 스타벅스보다 값비싼 커피 프랜차이즈를 흔하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고가 커피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점,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기프티콘 주고받기 문화 활성화 덕분에 수혜를 받았다는 점 등이 스타벅스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SCK컴퍼니의 이런 호실적은 글로벌 본사의 위기와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최근 영국 BBC는 스타벅스의 위기를 조명하는 기사를 통해 글로벌 스타벅스가 2009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매출 감소 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올해 초 전 세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스타벅스의 홈구장인 미국에서도 최소 1년 이상 영업한 점포의 매출이 3% 줄었다.

BBC는 스타벅스의 매출 감소를 놓고 급격한 가격 인상과 불매 운동 등을 거론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