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가덕도신공항 건설사 관심 속 재공고, 공동도급 제한 유지에 지연 우려

▲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공동도급 제한 유지로 지연될 수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공사비 10조5천억 원에 이르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첫 입찰에서 유찰을 겪은 뒤 재공고에서도 같은 공동도급 기준이 유지됐다.

국토부는 대형건설사들의 경쟁입찰을 유도하기 위해 컨소시엄 참여 대형건설사 수를 최대 2곳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2029년 조기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던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나온다.
 
7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따르면 조달청은 이날 오전 10시50분경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입찰공고를 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천㎡에 공항시설, 항만외곽시설, 교량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2190일(6년)로 추정 공사비 10조53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공공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토목공사 부문 추정금액만 10조275억 원에 달하고 정보통신 및 전기공사 역시 각각 1103억 원, 1795억 원으로 1천억 원 이상이다.
 
‘10조’ 가덕도신공항 건설사 관심 속 재공고, 공동도급 제한 유지에 지연 우려

▲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공고가 나온 가운데 대형건설사의 공동도급을 최대 2곳으로 제한하는 기준이 유지돼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지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 국토교통부 >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건설업계에서는 수년 동안 안정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정부가 2029년부터 개항을 목표로 가덕도신공항, 새만금 국제공항,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 등 지방권 신공항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가덕도신공항은 건설업계에서 가장 매력적 일감으로 꼽힌다.

새만금 국제공항이나 대구경북신공항의 주요 공사가 5천억 원, 2조5천억 원 수준인 것과 비교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공사는 지난 5월30~31일 설계심의를 거쳐 HJ중공업을 적격자로 선정했다.

다만 5월17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공고가 실시된 뒤 정부 정책에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고 결국 5일 입찰을 마감한 결과 한 곳의 참여자도 없이 유찰됐다.

게다가 이번 재공고에서도 공동도급과 관련해 같은 기준이 적용돼 실시설계 적격자를 가려내지 못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에 2029년 조기 개항, 2030년 완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전히 건설업계의 적극적 참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업계에서 입찰 참여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공동도급 제한 기준 탓이다.

이전부터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서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액기준 상위 10위 이내 업체는 한 컨소시엄에 2곳까지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고 첫 입찰에 이어 이번 재공고까지 이런 기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토목건축 평가액 상위 10개 업체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한화 등이다.

법적으로도 제한이 있는 탓에 애초에 재공고에서도 대형사 공동도급과 관련한 기준 유지는 예견됐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 3항에 따르면 재입찰을 위한 공고 때는 기한을 제외하고는 최초의 입찰에 부칠 때 정한 가격 및 기타 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

국토부와 조달청은 앞서 국가계약법에 따라 재공고를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대형사 3곳 이상의 공동도급이 허용돼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실적 이유를 근거로 대형사 3곳 이상의 공동도급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토목공사비만 10조 원에 이르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통상적 공공공사와 마찬가지로 대형건설사가 최소 20~3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건설사는 단번에 토목 공종에서 2~3조 원이 넘는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매년 대략 4천억 원 이상의 공사를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국가적으로 관심이 큰 사업인 점, 활주로가 육지와 바다에 걸친 사업 특성상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가라앉는 것) 문제를 포함해 공사 난도가 높다는 점 등을 이유로 리스크를 나누고 건설사 사이 기술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다수의 협력이 필요하다.
 
‘10조’ 가덕도신공항 건설사 관심 속 재공고, 공동도급 제한 유지에 지연 우려

▲ 5월30~31일 설계심사를 거쳐 HJ중공업을 건설공사 적격자로 선정한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


건설사들의 토목사업 규모를 고려해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사업보고서 및 실적발표 IR자료 등으로 지난해 토목사업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대형건설사 가운데 국내 토목사업 매출이 가장 높은 기업은 포스코이앤씨로 모두 1조1663억 원이다. 

지난해 전체 토목사업 매출이 가장 높은 대우건설(2조4151억 원)의 국내 토목사업 매출은 9455억 원이다.

대형건설사 별로 해마다 최대 1조 원가량의 매출을 소화할 토목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난도가 높은 수천억 원 규모의 공사가 더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수 대형 건설사의 공동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모가 워낙 큰 사업이라 경쟁입찰이 성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 컨소시엄 관련 기준에서는 사업 역량, 리스크 등을 고려했을 때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공고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로 진행하는 공사로 설계점수 70%, 가격점수에 30%의 가중치를 부여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를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한다. 사전심사 신청서는 6월24일까지 접수한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