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돼도 전기차 지원 ‘올스톱’ 가능성 낮아, K-배터리 기회 여전하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9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서 열린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 참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당선돼도 평소 발언과 달리 전기차 배터리 관련 재정 지원을 축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 인사들이 지사로 있는 주들이 지원 축소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시장 자체 성장세까지 고려하면 미국 지역 투자를 늘린 K배터리 업체들로서는 성장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돼도 전기차 지원책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전기차 시장 전문가들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가 당선되어 전기 자동차를 지원하는 연방 정책을 종료하더라도 그때쯤이면 정부의 도움 없이도 시장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뚜렷해 미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2024년에 판매될 전기차 비율은 전년도보다 2.4% 포인트 오른 10%로 예상되며 향후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이는 전기차에 후방산업인 배터리 기업들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지역의 반대 여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정치적 이유로 배터리 제조기업에 지원 정책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지아주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오하이오주 등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지지가 높은 지역 의원들이 배터리 제조기업 지원 철회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들은 모두 전기차나 배터리 제조 산업을 유치해 경제적 부양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공화당 전문 정치 분석가인 마이크 머피는 “공화당 내에도 전기차를 지지하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에 과도한 세금을 들인다고 연일 비판해왔다. 자신이 집권하면 배터리 분야에 세액공제를 줄일 것이라는 발언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미국 석유 기업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돼도 전기차 지원 ‘올스톱’ 가능성 낮아, K-배터리 기회 여전하다

▲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왼쪽)이 3월26일 미시간주 홀랜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설비 증설 현장을 방문해 현오영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법인장(오른쪽)과 함께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육성에 공을 들여 화석연료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다 보니 이들의 지지를 결집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에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다수 투자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트럼프 리스크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그리고 삼성SDI 일명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잠재력을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배터리 양산 시점이 1~2년 뒤인 공장이 다수라 그 기간 동안 건설에 들어가는 고정비용만 지출되고 있는데 트럼프의 정책에 따라 이 비용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커지며 K배터리 기업들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K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현지 완성차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업에 힘입어 합산 1천 조원에 이르는 누적 수주 물량을 달성했다. 트럼프 리스크 여파가 크지 않으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K배터리 기업들 또한 자체적으로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중국산 흑연 관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예외를 철회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업체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흑연을 실리콘으로 대체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있는 주정부 차원에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방정부가 배터리 기업들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줄인다 하더라도 지역 내 일자리와 경제 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주정부들이 이를 상쇄하는 지원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전기차 지원 철회 발언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발언에 그칠 수 있으며 설사 관련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K배터리 기업들에 여파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점차 힘을 얻는다. 

전기차 판매업체인 그린웨이브 일렉트릭의 제시 로어 설립자는 “트럼프가 당선되는 건 확실히 우려할 만한 일이지만 시장을 파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전기차 전환 속도가 조금 느려질 뿐”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