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32만8천 원에 장을 마치면서 상장 당시 공모가였던 30만 원에 가까워졌다.
이날 LG화학(-5.40%), 삼성SDI(-1.56%), 에코프로(-0.22%), 에코프로비엠(-0.91%) 등 2차전지 주가가 줄줄이 신저가로 장을 마쳤다.
2차전지주는 올해 들어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35.5%), 포스코퓨처엠(-30.4%), LG에너지솔루션(-22.1%), 삼성SDI(-19.7%) 등 관련주 주가가 코스피지수 수익률과 비교해 크게 내렸다.
이처럼 주가가 큰 폭으로 꺾인 것은 전방산업(최종 소비자가 접하는 업종)인 전기차 시장이 둔화한 영향이 크다. 올해 들어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의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2차전지 산업의 실적뿐 아니라 향후 성장성 전망도 어두워졌다.
GM, 혼다, 포드에 이어 폭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나 배터리 설비투자를 연기하면서 전기차 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 의문을 키우고 있다. 2차전지 기업들도 올해 1분기 나란히 부진한 성적을 냈다.
무엇보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를 비롯해 코스닥 2차전지 종목들은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당시 개인투자자들끼리 결집해 공매도 세력과 대항하거나 증권가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낼 때마다 서로 응원하며 매수를 부추기면서 대장주 에코프로는 지난 한 해 동안 50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 에코프로 주가도 올해 들어 개인 매도세에 큰폭으로 하락했다.
한때 2차전지주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번에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에코프로를 2158억 원어치, 에코프로비엠을 665억 원어치 각각 순매도했다. 5월 동안에도 에코프로를 552억 원, 에코프로비엠을 20억 원어치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통상적으로 주가 하락기에 저가매수를 노리며 거꾸로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매도세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안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 보관금액 1위를 4년 넘게 차지하며 개인투자자의 사랑을 받았던 테슬라도 최근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에 밀려 서학개미 보관금액 1위 종목 자리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을 두고 매도 의견을 내면서 “지난해 7월 주가 고점을 형성한 이후 지속적인 주가 하락세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며 지난해 포모(FOMO‧수익 소외 우려)로 나타났던 주가의 급등세가 부작용을 낳았고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코스피 2차전지주에 대해서는 순매수를 이어갔다. 삼성SDI를 비롯한 코스피 2차전지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주를 둘러싼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2차전지 기업들은 2분기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양극재 기업들이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으며 그 외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낮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코스피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에 대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며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2차전지 수요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업황이 불황을 통과하는 시점에 주가도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황 반등 시점으로는 내년 상반기가 꼽힌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는 리튬가격을 반영하면서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반기에는 리튬가격 안정화로 수익성이 점차 개선되겠지만 본격적인 공급 물량 회복은 2025년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2차전지 업계는 전방수요가 부진한 점을 감안할 때 2024년 하반기 보수적인 재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큰 볼륨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고 라인업이 확대되는 2025년을 기점으로 점진적인 수요 회복을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