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주는 국내 맥주시장 침체와 수입맥주의 공세로 이중고를 맞닥뜨렸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수입맥주에 대항하기보다 수입맥주 라인업을 강화해 정면돌파를 추진하고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14일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3분기에 맥주사업에서 부진한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이트진로는 매출 2145억 원, 롯데칠성음료는 280억 원을 거둬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6.3%,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
|
|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왼쪽)와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
양 연구원은 “8월에 서울의 평균기온이 섭씨 28도로 지난해보다 높아 맥주 판매에 긍정적이었는데도 3분기에 맥주판매가 부진했다”며 “김영란법 등 청탁금지법이 3분기 말부터 시작돼 회식 등 유흥산업이 부진한 것도 실적을 늘리는 데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각각 ‘하이트’와 ‘클라우드’ 등의 맥주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트와 클라우드는 가정보다 주점, 유흥점에 더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식사, 접대문화가 위축되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맥주사업도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맥주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4조6천억 원 규모로 전체 주류시장의 49%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보다 20% 이상 성장했지만 연간 성장률은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주력소비층이 줄고 인구고령화가 진행돼 앞으로 맥주 소비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일본은 94년 이후로 고령화가 진행돼 1인당 맥주소비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수입맥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산맥주의 시장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국내 맥주산업은 오랫동안 과점 시장구조가 고착화됐고 수입맥주에 대한 경쟁력도 저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수입맥주는 2010년 시장점유율 2.8%를 나타냈으나 지난해 8.4%로 성장했고 올해 2분기에 매출기준으로 15%까지 늘어났다. 약 5년 만에 5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맥주시장이 침체되고 수입맥주 강세를 보이는 이중고를 돌파하기 위해 수입맥주 라인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수입맥주 때문에 닥친 위기를 수입맥주 라인업을 강화해서 정면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는 기존의 수입맥주 ‘기린이치방시보리’와 ‘크로넨버그 1664 블랑’, ‘싱하’에 더해 9월부터 호주의 라거 맥주 '투이즈엑스트라 드라이'를 7월 출시하며 수입맥주 라인업을 강화했다.
롯데칠성음료는 4월부터 아일랜드의 크래프트 맥주 '맥가글스' 3종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음료는 현재 유럽맥주 ‘NU'를 출시하려고 적당한 때를 엿보고 있다.
수입맥주는 국산맥주보다 이익기여도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맥주가 국산맥주보다 상대적으로 주세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수입맥주의 주세는 수입신고가에 관세를 더한 금액으로 산정되며 국내 주류업체가 판매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반면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판관비, 이윤까지 합산한 출고가에 세금을 부과해 주세가 더 높다. 또 맥주가격을 정하려면 국세청,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