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일제히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며 일본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 회복을 노리고 있다.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차량 시제품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토요타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의 주행거리 등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상용화 및 양산 준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성장 초기에 대응이 늦어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과 중국, 한국 경쟁사에 빼앗기자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닛케이아시아는 14일 “닛산을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며 “현재 사용되는 리튬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닛산은 최근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중요한 기술 발전을 이뤄냈다고 발표하며 2028년부터 이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시범생산 라인 구축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활용한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이를 고체 물질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이고 수명과 안전성을 모두 높이는 기술이다.
다만 고체 특성상 액체보다 결합이 어렵다는 등 단점이 있는데 닛산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합한 신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기술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 역시 일찌감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혼다도 비슷한 시기에 기술 상용화를 계획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러한 일본 기업들에 전고체 배터리 기술 확보는 특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시장의 개화 초기부터 현재까지 테슬라와 BYD,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기업이 발빠른 대응으로 수요를 선점하며 점유율을 높인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대체로 대응이 늦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국가였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자연히 입지가 크게 축소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뚜렷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당연히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토요타와 닛산 등 기업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출시 라인업을 확대하며 뒤늦게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미 여러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와 GM 등 미국 주요 자동차 기업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같은 상위 기업에 밀려 수요 확보 및 수익성 개선에 고전하고 있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결국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분야에서 입지를 키우려면 확실한 차별화 요소를 갖춰야 하는데 전고체 배터리가 해법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관련 기술의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국 기업들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돕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정부는 전고체 배터리가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잠재력이 있는 분야라고 보고 있다”며 “결국 해당 분야의 성과는 상업적 의미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시범 생산라인 참고용 이미지. |
배터리 역시 파나소닉과 같은 일본 기업이 한때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분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CATL과 BYD,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및 삼성SDI에 밀려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일본 입장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차세대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에서 모두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일본을 포함한 국가 간 대결 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SDI와 현대차가 잇따라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계획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을 노리는 동시에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도 2030년까지 관련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한 일부 기술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기술 장벽이 많아 쉽지만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성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미 액체 전해질 기반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넓게 상용화돼 상당한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수 년 안에 전고체 배터리가 정식으로 출시된다고 해도 성능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공급 부족 상황도 이어진다면 자동차 제조사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기술에 그칠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와 대량 양산이 모두 난도 높은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며 본격적 상용화에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