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정유업계 불황으로 상반기에 적자폭을 더 키웠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정유업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각종 서비스를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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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
5일 GS칼텍스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주유 1리터당 5포인트씩 적립하던 포인트를 2포인트로 축소하는 등 주유 보너스포인트 적립제도를 손본다. 또 모바일앱을 이용할 경우 리터당 2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제도도 없앴다.
GS칼텍스는 제휴서비스도 줄여가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월 맥스무비와 영화 예매 제휴와 2월 온라인서점 알라딘과 제휴를 차례로 끝냈다. 8월 말에 KTB투자증권 제휴카드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종료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의 실적악화로 각종 서비스 혜택을 줄여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상반기 2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의 실적은 정유 4사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달 말 “40여년 동안 정유업을 했는데 요즘이 가장 어렵다”며 “앞으로 불황이 3~4년은 더 갈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비쳤다.
정유업계는 원화강세로 정제마진이 감소하고 중국 인도 등 주요국가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불황을 겪고 있다. 중동국가들이 자체 정제시설을 갖추면서 국내 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과잉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됐다.
GS칼텍스는 비용절감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입을 결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액체탄화수소로 정제하면 원유처럼 나프타와 휘발유를 생산할 수 있다. 콘덴세이트에서 생산할 수 있는 휘발유 양은 약 10% 정도다.
GS칼텍스는 월 200만 배럴의 중동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해 왔는데 이번에 미국산 콘덴세이트 40만 배럴을 구매하면서 처음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미국은 오일파동이 일어난 후 1975년 원유 수출을 금지했지만 콘덴세이트는 안정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원유가 아닌 정제유로 인정받아 이번에 처음 수출이 허용됐다. 셰일가스로 콘덴세이트 물량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생산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수출허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동산에 비해 미국산 콘덴세이트 수입은 수송비가 비싸지만 가격이 싸다. 로이터통신은 “GS칼텍스가 중동산 콘덴세이트보다 배럴당 몇 달러 싼 가격으로 미국산 콘덴세이트를 구매했다”며 “이달 말 선적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GS칼텍스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본부를 통합하고 기존 7개 사업본부를 5개로 축소했다. 임원수를 15% 이상 줄이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KDB대우증권 박연주 연구원은 “2분기에 특히 원화강세라는 요인까지 겹쳐 정유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쳤다”며 “3분기에 약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만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계 특성상 비용절감 외에는 이렇다 할 타개책을 스스로 내놓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