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체코 원전 수출 절실한 팀코리아, 웨스팅하우스 리스크 잠재우기 온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각) 체코 재무부 회의실에서 즈비넥 스타뉴라 체코 재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비즈니스포스트] 체코 신규원전 사업을 따내기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특히 한국의 원전 수출에 주요 걸림돌로 꼽히는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주장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입찰이 30일 마감한다. 체코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는 6월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수주전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움직임이 바빠지는 모양새다. 한국은 체코 원전 수주전에 산업부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로 참여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26일 일정으로 직접 체코를 방문해 즈비넥 스타뉴라 재무부 장관, 요젭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 등 체코 정부의 주요 인사를 만나기도 했다.

체코는 현재 두코바니와 테멜린에 각각 2기씩 모두 4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두코바니에 원전 1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프랑스전력공사), 한국의 한수원 등이 입찰서를 냈다.

하지만 원전 건설 계획이 4기, 입찰 규모 30조 원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새 입찰서를 받는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했고 최종적으로 체코 원전 수주전은 한국과 프랑스의 경쟁이 됐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3월에 체코를 방문하는 등 원전 수주전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같은 유럽권인 데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기술력 대비 가격경쟁력, 철저한 공기 준수 등을 내세우면서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역전을 노려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는 웨스팅하우스발 지적재산권 잡음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웨스팅하우스에 따르면 한국형 원전의 노형인 APR1400은 웨스팅하우스가 인수한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과 한전이 1997년 라이선스 협정을 체결해 사용을 허가한 기술을 활용했다.

따라서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때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 의무를 부과한 미국 연방규정 제10장 제810절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할 때를 비롯해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을 앞두고 2022년에 한수원을 상대로 지재권 소송을 내는 등 지속적으로 한국의 원전 수주에 발목을 잡아 왔다.

다만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중도 탈락한 점이 한국에 유리한 상황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얻을 것이 전혀 없다. 한국과 날을 세워봐야 프랑스만 도와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바라카 원전 수출 때처럼 한국과 협상을 통해 적절한 로열티와 일감을 얻는 것이 웨스팅하우스에도 이익이 될 수 있다.

한국으로서도 일정 수준의 이익을 나누고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주장이라는 부정적 변수를 제거할 유인이 충분한 상황이다.

원전 수출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추진해 온 주요 국정과제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내세우며 임기 내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잡았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집권 3년차에 첫 원전 수출에 성공하게 된다.

최근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황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원전 수출 성공’이라는 성과는 더욱 절실하다.

이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수원의 황주호 사장을 비롯해 안 장관까지 팀코리아가 지속적으로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황 사장은 실제로 4월 초 미국을 방문해 웨스팅하우스와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황 사장에 이어 안 장관 역시 10~12일 미국을 방문해 웨스팅하우스를 비롯해 미국 정부 관계자와 만났다.

황 사장은 지난해 5월 웨스팅하우스을 상대로 한 분쟁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와 소송이 마무리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마 합의를 볼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합의할지는 아직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