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유럽발 악재 때문에 앞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중앙은행은 국채 등 자산을 사들이는 규모를 1개월당 100억 유로(12조5천억 원)씩 줄이기로 했다고 블룸버그가 유럽중앙은행 관계자들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국내증시에 유럽발 악재 먹구름 가득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유럽중앙은행은 2015년 3월에 매달 채권 600억 유로(75조 원)를 사들이는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올해 4월부터 채권 매입규모를 1개월당 800억 유로(100조 원)로 늘렸는데 이를 서서히 줄이겠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의 정책결정자들은 2017년 3월에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한 만큼 자산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이는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는 데 비공식적으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채 등 금융자산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뜻한다.

유럽중앙은행은 블룸버그에 보낸 이메일 성명서에서 “유럽중앙은행 이사회는 채권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일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전날보다 0.49% 하락하는 등 글로벌증시가 강한 영향을 받았다.

유럽중앙은행이 자산매입을 실제로 줄일 경우 국내증시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2013년 5월에 자산매입을 축소할 가능성을 내비쳤을 때 코스피 지수는 그해 5~6월 동안 11% 가까이 하락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빠르게 탈퇴해 관계를 사실상 단절하는 ‘하드 브렉시트’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가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2일 B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2017년 3월 전에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협상을 시작하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리스본조약 50조는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규정, 절차, 기한 등을 명시한 조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이 총리가 취임한 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과정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던 만큼 갑작스러운 탈퇴 가능성에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며 “향후 진행상황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 등 유럽발 은행위기에 대한 불안은 미국 법무부가 도이체방크에 부과했던 벌금 140억 달러를 감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진정되고 있지만 아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이체방크는 유럽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마이너스 금리 등 악화된 영업환경 속에서 소송비용이 늘어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건전성에 대한 불안도 이른 시일 안에 해소되기 힘들어 시장의 경계심을 계속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86포인트(0.09%) 떨어진 2053.00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유럽발 악재에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반영돼 2030선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약보합으로 거래를 끝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투자자는 17억 원, 기관투자자는 1105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는 1006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44포인트(0.06%) 하락한 685.4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주식거래가 이날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코스닥 지수도 다소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78억 원, 기관투자자는 125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는 283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