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향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가 다섯번째로 도전하고 있다. 그 성패가 곧 결정된다. 이번에는 과연 관문을 통과할지 관심이지만, 무선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펼치는 ‘삼국지’도 치열한데 KMI가 생존할 수 있을지를 놓고 의문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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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공종렬 KMI 대표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종렬 KMI 대표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허가를 받을 경우 내년 4월부터 4세대 LTE TDD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개시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투자 재원 확보에도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비췄다. KMI는 지난 2일 사업권 허가를 위한 적격심사를 통과해 2월 말 사업계획 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KMI의 쉼없는 도전에는 "한국 통신사업이 공공의 영역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공 대표의 인식이 바닥에 깔려 있다. 그는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 출신으로, 이런 주장을 꾸준히 펼쳐왔다. 한국의 가계 소득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다. 가구당 월 평균 통신비는 2012년 15만2,000원으로 3년 새 2만원이나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증가세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형태가 지속되는 한 소비자의 이런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공 대표의 생각이다.
통신비를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공 대표는 “대기업이 대주주인 탓에 이익극대화만 추구한다면 스마트폰 시대에 스마트폰을 구입하지 못하는 소외계층들은 정보를 얻을 통로가 갈수록 줄어들어 소득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로서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승부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도 공 대표의 생각이다. 정부는 ‘와이브로(Wibro)’에서 ‘시분할 롱텀에볼루션(LTE-TDD)’ 방식으로의 전환을 허용했는데, KMI는 이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중국, 미국 등 23개국에서도 ‘LTE-TDD’가 도입됐다. ‘LTE-TDD’는 대용량 데이터의 트래픽 소화에 강점이 있다. 현재 전세계의 90%가 사용하는 ‘LTE-FDD’ 방식은 음성 통화에만 유리해 이 결함을 새로운 방식이 보완할 수 있다.
그동안 거듭 고배의 쓴잔을 마신 주된 원인이었던 ‘투자 자금 불투명’도 대책을 마련했다고 공 대표는 밝혔다. 법인 설립 즉시 현물출자를 받아 9,000억 원으로 증자하고, 내년까지 자본을 2조 1,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중국의 통신사업자 ‘차이나콤’이 300억원 투자를 약속했으며 최대 8,500억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고 한다. 공 대표는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에릭슨LG, 노키아솔루션네트웍스(NSN), 알카텔루슨트 등 50여 개 유수 기업과 컨소시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를 향한 구애도 적극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박성득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했다. ‘박근혜 싱크탱크’로 불렸던 방석현 전 정보통신연구원장도 고문으로 합류시켰다. 2016년까지 1만 8,398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중소중견기업과 전략적으로 제휴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겠다고 박 대통령의 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설령 KMI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되더라도 시장에서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KMI만의 차별화 전략이 미비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알뜰폰’이 사용자 250만명을 돌파해 인기를 더해가는 현실에서 KMI의 ‘저렴한 요금’이 얼마나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알뜰폰’ 가입자는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5,400만명)의 4.6% 규모로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93만명에서 6개월 만에 60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는 8%의 이용자가 ‘알뜰폰’을 이용한다.
이에 대해 KMI는 가입비를 없애고 음성통화 기본료를 8천원(현 1만2천원)으로, 초당요금을 1.4원(현 1.8원)으로 각각 내리겠다고 했다. 월 3만원에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통3사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월 10만 원대로 기존 3G 무제한(월 5만5천 원)에 비해 2배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
KMI가 내세우는 ‘보급형 단말기’의 자체 공급도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아니다. KMI는 제조자 개발생산방식(ODM)을 이용하여 PC처럼 스마트폰도 조립 형태로 출시하고, 넥서스처럼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해 40만원 이하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파크 등 이런 방식으로 이미 스마트폰을 보급하고 있는 곳들은 많다. 이런 곳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KMI가 등장하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무선통신 시장에서 이미 통신3사에 대항할 수 있는 어떤 차별성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는 다윗의 ‘한방’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