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SMIC 미국 규제에 정면 대응, '5나노 반도체' 상용화 가까워져

▲ 중국 화웨이와 SMIC가 미국 규제에 대응해 5나노 반도체 기술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와 SMIC 반도체 관련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와 SMIC가 미국 정부의 규제 영향을 극복하고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 반도체기업의 7나노 프로세서 양산에 대응해 제재를 더욱 강화하자 이보다 더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 정면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25일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화웨이와 SMIC가 특허를 신청한 신기술이 10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공정을 대체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SAQP(자가 정렬 4중 패터닝) 기술과 관련한 기술 특허를 중국 당국에 신청했다.

이는 DUV 노광장비로 생산한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화웨이와 SMIC의 7나노 공정에도 유사한 기술이 활용됐다.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이론적으로 반도체에 신형 장비인 EUV를 활용하지 않아도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어 기술 장벽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네덜란드 ASML에서 판매하는 EUV 장비를 반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SAQP 기술은 EUV 기반 생산 공정보다 효율성이 낮고 반도체 수율을 높이기도 어렵다. 인텔 등 기업도 과거에 이를 상용화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화웨이와 SMIC의 상황에서는 해당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7나노를 넘어 5나노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지로 꼽힌다.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가 이런 방법을 통해서 스마트폰이나 PC에 사용할 만한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기는 경제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나 군사무기 등 경제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는 충분히 사용될 잠재력이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10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버나 군사무기 등에 활용될 수 있는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SAQP 기술을 확보하면 5나노 반도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했다. SMIC가 현재 생산하는 7나노 공정보다 앞선 기술이다.

5나노 기술은 현재 TSMC와 삼성전자 등 세계 파운드리 상위 기업이 양산하는 3나노 반도체와 비교해 한 세대밖에 뒤처지지 않는 기술이다.

그만큼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 규제 영향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의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당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경계해 EUV 수출 금지를 비롯한 여러 규제를 시행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기술 발전에 더욱 공격적으로 속도를 냈고 지난해 하반기에 결국 화웨이의 7나노 공정 기반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정부가 재차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화웨이와 SMIC도 5나노 반도체를 가능한 빨리 양산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의 기술이 EUV 장비 부재의 단점을 완전히 상쇄할 수는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EUV 장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해지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