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신세계그룹 18년 만에 닻 올라, 정유경 부회장 승진할지 초미 관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동생 정유경의 승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지 만 8년이 지난 가운데 그룹 부회장이던 정용진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부회장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미 남매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룹 부회장이라는 직함에 대한 무용론도 제기된다.
 
11일 유통업계에서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그룹 부회장 승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부회장 승진이 시기만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정용진 회장은 2006년 부사장에서 바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을 맡은지 6년 만이었다.
 
정용진의 신세계그룹 18년 만에 닻 올라, 정유경 부회장 승진할지 초미 관심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반면 정유경 총괄사장이 승진한지는 벌써 8년이 지났다.

이번 인사에서 정유경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당분간 정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많다.

오빠가 회장, 동생이 부회장으로 동시에 승진하면 그룹 안팎에 남매간 후계 경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바꿔말하면 정 회장이 회장으로서 자리를 잡으면 정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릴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정 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와 정 사장이 맡고 신세계의 성과만 놓고 보면 정 사장이 언제 승진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정 회장이 승진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할 만큼 좋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회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신세계 실적도 지난해 후퇴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18.6%, 영업이익은 0.9%가 각각 감소했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좋지 않은 영업 환경에서 매출이 크게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세계는 지난해 2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 성장을 이어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국내 유통업계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도 냈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성과주의’를 강조한 신세계그룹으로서는 그룹의 한 축인 신세계에서 성과를 보여준 정 총괄사장을 계속 총괄사장 자리에 두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의 신세계그룹 18년 만에 닻 올라, 정유경 부회장 승진할지 초미 관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하지만 정 회장이 승진했지만 그룹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은 만큼 정 총괄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룹 부회장이란 직함과 관계없이 신세계 운영 방향에 대한 결정은 정 총괄사장이 온전히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로 나뉘어 남매경영 구도가 굳어진지 오래됐고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를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정 회장이 승진했다고 해서 신세계 운영에 크게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신세계그룹 지배구조는 정 회장이 이마트 지분 18.6%, 정 사장이 신세계 지분 18.6%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들고 있다.

이 총괄회장이 가진 지분을 남매 가운데 누구에게 승계해 주느냐에 따라 후계가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마트 지분 10%는 정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10%는 정 사장에게 넘겨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총괄회장은 2020년 정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 정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똑같이 증여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삼성가에서는 아직도 아들을 챙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신세계그룹 지배구조는 전혀 바뀌지 않은 만큼 정 사장 승진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