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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스포츠 명가’ 삼성이 추락하고 있다.
프로축구에서 수원삼성은 하위그룹이 확정된 데 이어 프로야구에서도 삼성라이온즈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 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용주의' 경영을 앞세워 스포츠사업을 구조조정한 데 따른 진통이라는 시각인데 삼성이 스포츠 쪽에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프로축구 수원삼성은 24일 벌어진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2대2로 비기면서 하위그룹이 확정됐다.
수원삼성은 K리그에서 지난 시즌까지 우승과 준우승을 각각 4차례씩 차지한 강팀이다. 하지만 올해는 현재 10위에 머물러 1부리그 잔류도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 됐다.
'레알 수원‘이라는 별칭으로 K리그를 주름잡았던 삼성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다.
프로야구에서도 삼성은 올 시즌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삼성라이온즈는 25일 현재 62승73패로 7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가을야구의 꿈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삼성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시즌 5연패, 한국시리즈 4회 우승, 1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2010년대를 삼성의 시대로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바닥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명가’ 삼성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삼성그룹은 현재 제일기획 산하에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스포츠단이 제일기획에 편입된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삼성그룹은 스포츠단을 별도법인으로 두는 다른 기업과 달리 제일기획에 맡기면서 ‘비용절감과 홍보효과 극대화’를 시도했지만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 체육계 인사는 “과거와 달리 삼성그룹이 최근 구단 성적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얘기가 내부에서도 공공연하게 나돈다”며 “이전에는 스포츠단 운영을 사업보국 차원에서 봤지만 현재는 스포츠단 운영을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력 보강보다는 비용 절감에 비중을 두고 팀을 운영하다 보니 성적이 떨어지고 마케팅에도 실패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을 때 삼성그룹은 재벌기업 가운데 스포츠에 대한 지원에 관한 한 단연 선두주자였다.
이 회장은 레슬링 선수 출신이기도 했는데 1978년 삼성탁구단을 창단하고 한국레슬링협회장을 맡는 등 국내 스포츠에 ‘통 큰’ 지원에 앞장섰다. 이 회장은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IOC 위원에도 선임됐다.
이재용 부회장도 삼성라이온즈 경기를 직접 관람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포츠 지원에 관한 한 비즈니스적 관점을 앞세운다.
삼성그룹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김현우(삼성생명 레슬링단)가 금메달, 유승민과 주세혁(삼성생명 탁구단)이 은메달, 정재성.이용대(삼성전기 배드민턴단)가 동메달을 따내는 전과를 올렸지만 2016리우 올림픽에서는 레슬링과 배드민턴에서 동메달 1개씩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런던올림픽 때 이건회 회장 부부와 이재용 부회장 등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응원했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브라질에 가지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저조한 올림픽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