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점' 챗GPT 제칠까, 구글 챗봇 제미나이 인공지능 정상 탈환 시동

▲ 구글이 제미나이 성능을 향상하고 기존 바드와 통합해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챗GPT 추격에 나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챗봇 ‘제미나이(Gemini)’ 기능을 향상하고 기존 바드(Bard)와 통합하면서 챗GPT와 경쟁할 채비를 마쳤다.

제미나이는 5개월가량 앞서 출시된 챗GPT-3.5의 시장 선점 효과로 고전했는데 이번 통합을 계기로 일부 기능에서 챗GPT에 앞서게 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구글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달리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한 기업이다 보니 제미나이를 구글독스 등 다른 서비스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18일 포브스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제미나이가 시장 선두주자인 챗GPT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3일자 보도를 통해 제미나이가 온라인 검색 등 분야에서 챗GPT보다 우위를 보이며 차별화된 장점을 갖췄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제미나이가 챗GPT와 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미나이가 구글의 다른 서비스와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제미나이를 지메일(Gmail)과 구글독스(Docs) 그리고 유튜브와 연동시켜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해 정보 검색 능력을 정교화 한다는 내용이다. 

제미나이로 검색하면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스(Maps) 데이터를 가져와서 위치 정보와 함께 결과를 제공하기도 한다.   

포브스는 “구글이 갖춰둔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제미나이가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구글이 픽셀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하드웨어 플랫폼 및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를 모두 보유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구글은 이미 2023년 10월 출시한 스마트폰 ‘픽셀8’에 제미나이의 이전 버전인 나노를 접목, 기기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연산 기능을 구현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선보였다. 

이번에 출시된 최신 제미나이를 차세대 기기들에 탑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럽다. 해당 기능이 실현되면 자체 하드웨어 플랫폼이 없는 오픈AI에 상대적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도 뒤늦게 구글의 전략을 뒤따랐다. IT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의 14일자 기사에 따르면 오픈AI가 온라인 검색에 집중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챗GPT와 연계해 구글처럼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구글은 2022년 11월 챗GPT-3.5가 출시된 이후 이를 추격하는데 급급했다. 챗GPT가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을 개화하면서 사용자를 흡수하는 선점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 기준 챗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수(WAU)는 1억 명이다. 경제지 포천 선정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92%가 챗GPT의 기업용 유료 서비스인 ‘엔터프라이즈’를 이용한다. 

오픈AI는 챗GPT 선점 효과로 2023년 한 해 20억 달러(약 2조668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구글이 과거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먼저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다. 

2016년 구글 산하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로 세계 정상급 기사인 이세돌과 대등한 수준의 대국을 벌였다. 이후 구글은 인공지능 개발에 난항을 겪으며 챗GPT에 추월을 허용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소규모 기업인 오픈AI가 챗GPT 사용자의 급증에 따른 과부하를 겪는 사이 구글은 꾸준히 투자해 제미나이 성능을 고도화했다.
 
'시장 선점' 챗GPT 제칠까, 구글 챗봇 제미나이 인공지능 정상 탈환 시동

▲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8 홍보용 이미지. 구글은 출시 당시 신제품 안내를 통해 제미나이 나노를 픽셀에 탑재해 온디바이스AI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 Google > 

업계에서는 제미나이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성능 평가지표 가운데 하나인 매개변수(파라미터) 숫자 기준 챗GPT의 1조7600억 개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한다. 

반대로 챗GPT는 작년 연말에 서비스 속도가 느려지며 ‘게으르다’는 사용자 불만을 겪었다.

구글이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제미나이를 직접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제미나이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해서 데이터센터에 탑재하면 연산 속도를 늘리고 반대로 전력 소비는 줄일 수 있다. 

이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에서 챗GPT를 돌려야 하는, 상대적으로 비효율적 모습을 보이는 것과 비교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3327억 원)를 투자해 오픈AI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친다. 

구글은 수익모델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제미나이 어드밴스드(Advanced)를 한달에 19.99달러(약 2만6700원)로 출시해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나선 것이다.

챗GPT 개인용 유료 버전도 부가세 미포함 사용료가 매월 20달러라 제미나이와 요금 차이는 거의 없지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차이가 크다. 

구글은 제미나이 어드밴스드에 메일, 사진 등의 온라인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구글 원’도 끼워서 판다. 구글이 그동안 다져 온 수익화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구글 원은 1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제미나이 사용자로 잡히면 단숨에 챗GPT 이용자수와 견줄 수 있게 된다.
 
구글 관계자가 와이어드를 통해 “제미나이는 미래 사업 계획의 중심”이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 두 인공지능 챗봇의 경쟁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