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입찰에 참여할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매각이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우리은행 경영권을 독차지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교보생명이 앞으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영해야하는 점도 부담이다.
|
|
|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매각에 참여할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검토하는 수준으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이번 우리은행 입찰에 대해 경영권 확보가 아닌 지분투자라는 차원에서 어떤 이득이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우리은행 매각이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진행돼 실질적인 경영권을 얻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방안대로 우리은행 지분 30%를 4~8%씩 쪼개 매각되더라도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지분 20%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남는다.
금융당국은 매각 뒤 경영간섭을 하지 않는 등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신 회장이 추진해온 은행업 진출과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은행 4% 지분과 사외이사 1명 만으로 교보생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에 대비해 신지급여력(RBC)비율 제도가 도입되는 점도 신 회장에게 우리은행 지분 인수대금 마련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책임준비금을 쌓을 때 보험계약 당시의 금리(원가) 대신 현재의 시장금리(시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를 두지 않은 데다 대기업 계열사도 아니다 보니 자금수혈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 교보생명이 자금여력은 있지만 쉽게 자금을 사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우리은행 매각방식이 과점주주 매각방식이라는 점에서 인수대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교보생명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교보생명이 2014년 우리은행 인수에 나섰을 당시만 해도 3조 원 가량의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은행의 주가(19일 종가 기준 1만1200원)와 지분 4%를 고려하면 3천억 원 규모의 투자로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신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은행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신 회장은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에 나섰지만 입찰 마감을 앞두고 포기했다. 2015년 KT, 우리은행 등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