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4-01-09 16: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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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금리 향방에 대해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으로 이 총재가 매파적 기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24년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뒤 시장에 전할 금리 전망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일 올해 첫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기준금리가 3.50%에 머무를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경우 2023년 2월 이후 연속으로 8번째 기준금리 동결이 된다.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시선은 금통위가 열린 뒤 이 총재가 전할 한은의 올해 금리 전망으로 이동한다.
2024년 예정된 금통위는 총 8번이다. 시장의 관심은 과연 언제쯤 금리인하가 시작될 수 있을지에 쏠려있다.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러한 기대감이 나타나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은이 금리를 낮추는 데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를 통해 2024년 3회 가량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3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미뤘지만 여전히 올해 2분기 인하 전망은 유효하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고용 보고서 발표로 시장에서 기대하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3월 인하가 어려워졌다 해도 2분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CME(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5월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은 6.4%, 6월에는 0.1%로 나타났다. 사실상 2분기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국과 격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낮춘다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진다. 따라서 한은이 기준금리 보폭을 좀 더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이 앞서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한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면서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꾸준히 비춰왔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면 시장은 이를 비둘기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한은이 매파적 기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동산 PF 문제 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할 것으로 여겨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다”며 “1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불안 요인 등을 지적한 만큼 매파적 성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1순위로 고려하는 물가 전망을 볼 때 올해 상반기가 지나야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2024년 연말에 목표물가인 2%에 근접할 것으로 바라봤다.
한은의 목표물가인 2%대에 안착하는 시기가 2024년 연말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4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 역시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기까지 실질적 정책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바라본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전 정책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며 “2024년 1월을 넘어 상반기까지 지금 수준의 통화정책이 유지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최근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섣부른 움직임보다 신중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물가 오름세가 둔화 추세를 지속하는 등 긍정적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통화긴축 기조의 지속기간과 최적 금리경로를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