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올해 서비스 부문 매출 향방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의 반독점법 소송 그리고 전 세계적인 앱스토어 규제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에게 연간 110조 원의 매출을 안겼던 서비스 부문이 올해는 기존 예상보다 크게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구글이 반독점법 소송 결과에 따라 애플에 기본 검색엔진 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되거나 세계 각국의 앱스토어 규제가 강화될 수 있어서다.
서비스 부문은 애플의 실적 기반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소송과 규제 결과에 따라 애플의 전체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7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의 올해 서비스 실적을 좌우할 2가지 요소로 구글의 반독점법 재판과 유럽에서의 앱스토어 규제가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반독점법 재판 결과에 따라 애플의 연 서비스 매출은 최대 25%까지 줄어들수 있다.
구글이 자사의 검색엔진을 애플의 하드웨어 기기들에서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는 대가로 애플에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 반독점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산업에 주로 투자하는 헤라클레스 캐피탈의 에릭 슈퍼트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구글이 패소할 경우 법원은 애플에 지급하던 금액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것”이라며 “해당 금액은 애플의 서비스 부문 연 매출의 2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2022년 애플은 서비스 부문에서 모두 850억 달러(약 111조826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재판 결과에 따라 서비스 매출의 최대 25%인 212억5천만 달러를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재판은 오는 5월에 구글의 최종 변론을 앞두고 있다.
애플의 서비스 실적은 유럽의 앱스토어 관련 법안 시행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 당국이 곧 시행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에 근거해 앱스토어가 시장을 독점한다고 볼 수 있어서다. 애플은 독점이라 판정되면 공식 앱스토어 외에서도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사이드 로딩’을 허용해야 한다.
2023년 5월2일부터 임시 적용된 유럽 디지털 시장법은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 3월6일부터 기업에 의무를 부여한다.
▲ 팀 쿡 애플 CEO(가운데)가 2023년 3월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한 다음 포럼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애플은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앱스토어 이외의 채널을 통해 애플 하드웨어에 앱을 다운로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앱 안에서 이뤄지는 결제(인앱 결제)도 외부 시스템이 아닌 애플의 시스템만 거치도록 강제하며 결제시 최대 30%의 수수료가 있다.
디지털시장 전문 조사기관 센서타워의 추산에 따르면 애플은 분기마다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수수료로 70억 달러(약 9조2132억 원)를 수수료를 거둔다.
앱스토어 수수료는 서비스 매출로 잡힌다. 따라서 디지털 시장법으로 수수료가 감소하면 서비스 매출도 따라 줄게 된다.
앱스토어의 독점을 문제 삼는 지역은 유럽만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도 있다.
닛케이아시아의 2023년 12월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 규제당국도 올해 의회에 외부 시스템으로도 결제를 허용하라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도 2023년 10월6일 인앱결제를 강제한 애플에 2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상황이다.
애플은 당시 “방통위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했다”고 반발해 최종 조치가 확정될 때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규제당국까지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을 문제삼으며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련 규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수순이다.
애플에 서비스 매출의 중요성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앱스토어 수수료와 자체 콘텐츠 플랫폼, 클라우드 등으로 구성된 애플의 서비스 부문은 영업이익률이 70.8%로 36.5%인 하드웨어 판매의 2배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서비스에서 올리는 수익이 애플의 다른 어떤 제품을 판매해 올리는 같은 규모의 수익보다 애플에 더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최근 서비스 매출이 매 분기 최대 기록을 경신하며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성을 더한다.
3일자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2분기(애플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서비스 부문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했다”고 직접 강조한 적이 있다.
반면 하드웨어 판매 실적은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애국소비’ 열풍이 불며 아이폰 대신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급증한 영향을 받았다.
10여년 가까이 하드웨어 쪽에서 혁신적인 기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오는 1월27일에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프로 출시가 예정돼 있지만 올해 판매 예상대수는 40여만 대로 높지 않은 편이다.
포브스는 “애플의 새 성장 희망을 보려면 전자현미경이 필요할 정도”라며 하드웨어 기기에서 혁신이 정체됐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결국 애플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서비스 부문마저 반독점법 소송과 앱스토어 규제라는 변수를 맞으면서 실적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2일 애플의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하향조정하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 서비스 부문의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의 20%에서 8% 가량으로 축소했다”며 “서비스 사업 리스크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