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전기차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며 애플을 앞서나가고 있다. 애플카 예상 이미지와 화웨이 전기차.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자체 브랜드 전기차 출시에 속도를 내면서 애플을 앞서나가고 있다.
애플에서 개발중인 ‘애플카’의 경우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하고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실제 출시 뒤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샤오미와 화웨이 전기차가 자동차의 개념을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바꿔내는 데 중요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즈호증권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에 두는 차량 개발에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애플의 자동차보다 먼저 상용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IT기업의 자동차 시장 진출 노력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현재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샤오미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시행사를 열고 첫 자체 브랜드 전기차 ‘SU7’ 디자인과 세부 사양 등을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판매가 예정된 세단 형태의 전기차다.
화웨이도 샤오미보다 이틀 앞서 자체 브랜드 SUV 전기차를 공개했다. 9월에 이미 세단 형태 전기차를 선보이고 내년 1월 중 출하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진 것이다.
두 회사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로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 등에 집중하고 차량 생산은 제조 협력사에 맡기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샤오미와 화웨이가 선보인 전기차는 자사 스마트폰과 콘텐츠 및 앱 연동 기능에 집중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일반 전기차와 차별화를 노린 것이 특징이다.
이는 애플이 현재 전담 연구개발팀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카’와 공통점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연구개발을 시작한 뒤) 10년 뒤에도 여전히 애플카를 선보이지 않은 가운데 중국의 주요 경쟁사들이 더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당초 2025년 출시를 목표로 두고 애플카의 차량 설계 및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여러 차례에 걸쳐 늦춰졌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너무 오래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라며 애플카가 2026년 중에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샤오미가 공개한 자체 브랜드 전기차 SU7 이미지. <샤오미> |
애플이 자체 브랜드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중이라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이는 발빠르고 혁신적인 사업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IT기업이 자동차 사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드물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개발 방향도 이전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패러다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이 시간을 끄는 사이 일본 소니와 같은 경쟁사가 자동차사업 진출 전략을 구체화한 데 이어 중국 기업들까지 뛰어들어 실제 차량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애플이 애플카를 출시한다고 해도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후발주자에 그치게 될 뿐만 아니라 제품 차별화를 위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샤오미와 화웨이는 애플카가 출시되기 전에 첨단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 기업들이 자체 전기차를 출시한 뒤 세계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기술력을 인정받을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IT기업들의 시장 진출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애플이 애플카를 앞세워 주요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애플은 여전히 애플카와 관련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제조 협력사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관련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을 주로 생산하던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차 출시 확대에 속도를 내며 더욱 첨예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도 애플에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애플 아이폰 등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폭스콘과 럭스쉐어 등 업체가 자동차 제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유력한 협력사 후보라고 바라봤다.
중국 자동차 1위 기업인 BYD와 애플이 애플카 제조에 손을 잡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실제로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면 다양한 협력사들과 협업 기반을 갖춰내는 데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