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12월24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리트리버 강아지들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
[비즈니스포스트]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개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개 식용 금지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12일 의결됐습니다.
민주당 농해수위 농림법안소위위원들은 법안소위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비록 단독의결이지만 '개 식용 종식법'의 법안 소위 통과로 무려 40여 년간 이어진 개 식용을 둘러싼 국민적 논란에 마침표를 찍고 관련 입법절차 마련을 위한 중대한 첫걸음을 떼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법안에는 개 식용 종식에 따른 농장주, 도축업자, 유통 상인, 음식점 등 종사자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지원 의무화 조항도 담겼습니다.
이와 함께 개 식용 문화를 근절하자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도 이날 법안소위에서 의결됐습니다.
개 식용 금지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강한 의지를 보인 법으로 이른바 '김건희법안'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개 식용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 목소리를 내는 걸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여당인 국민의힘도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입법에 여야가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야 의원 44명이 지난 8월 '개 식용 금지를 위한 모임'을 만들고 법안 처리를 추진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건희법'은 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을까요.
그 이유는 이전에 거부권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농해수위 법안소위에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담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심사 안건으로 올리자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논의를 거부하며 회의를 보이콧한 것입니다.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2월12일 전체회의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
국회 농해수위가 올린 법안소위 회의 결과를 보면 윤준병, 소병훈, 신정훈, 어기구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안건으로 상정됐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입니다.
개정안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가장 큰 이유였던 '의무 매입제' 대신 쌀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하는 '가격 보장제'를 적용했습니다.
민주당은 올해 쌀값도 20만 원보다 하락한 점을 들며 가격을 보장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수요량보다 9만5천 톤이 초과된 상황이고 쌀값은 지난 11월25일 기준으로 19만862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민주당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1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올해 쌀값만큼은 20만 원선(80kg)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잠깐 회복세를 보였던 쌀값은 또다시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위원들은 “정부가 쌀값 안정화 의지가 확고하다면 초과생산량에 대한 선제적 시장격리에 적극 나서야 하며 농협·민간RPC(미곡종합처리장) 등이 보유한 조곡의 원가 인수 등 투매 방지 시그널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재추진을 비판하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가격 보장제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해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 주도로 폐지했던 '쌀 변동직불금'과 유사하다”며 “(가격안정제는) 우리 쌀 산업을 다시 과거로 회귀시키고, 쌀 산업과 농업·농촌 발전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위원들에게 양곡관리법을 제외하고 개 식용 금지 법안 논의를 위한 원포인트 농림법안소위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12일 법안소위에 개 식용 금지 법안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같이 테이블에 올렸습니다.
국민의힘은 결국 법안소위에 불참을 통보했고 민주당은 단독으로 개 식용 금지 법안만 의결해 농해수위 전체회의로 넘겼습니다.
개 식용 법안이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지만 향후 농해수위 전체의결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여전히 양곡관리법 개정안 논의와 개 식용 금지 법안 처리가 묶여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소위원회를 추가로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먼저 처리한 뒤 전체회의에서 개 식용 법안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함께 통과시키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12일 법안소위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개 식용 종식법 외에도 양곡관리법 및 농안법, 한우산업전환법 등의 심사를 위해 회의 개최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국민의힘은 협의에 임하기는커녕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부여당이 법안 심사를 외면할 경우 이후 발생할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야가 모처럼 뜻을 모았던 개 식용 금지 법안이 상임위를 넘어 12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을까요. 12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20일과 28일 두 차례 열립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