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한국, 기후위기 피해에 세계에서 9번째로 책임 커"

▲ 한국이 기후위기 피해와 관련해 세계에서 9번째로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공장에서 연기가 배출되는 모습. < Flickr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전 세계 기후위기 피해에 517조 원 규모의 재정적 책임이 있다는 기후환경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배출한 온실가스에 근거한 계산이다. 

기후솔루션은 12일 ‘기후위기 피해에 대한 대한민국의 책임: GDP(국내총생산)손실액에 대한 부채액 산정을 중심으로’ 요약보고서를 발간했다.

기후솔루션은 국제학술지 원어스(One Earth)에 기재된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학교 소속 마르코 그라스와 미국 기후책임연구소 소속 리처드 히드의 ‘대가를 치를 때: 화석연료 기업의 기후 피해에 대한 배상’ 논문의 방법론을 따라 국가와 기업의 기후위기 배상액을 구했다.

이 논문은 세계 기후 악화 원인이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에 있고 온실가스 배출 책임은 화석연료를 추출한 기업, 이를 사용해 사업을 벌인 기업, 이러한 구조를 용인한 정부(정책결정자) 등 3개 그룹이 동등하게 진다고 가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따른 GDP 손실액은 모두 70조 달러(약 9경2085조 원)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3개 그룹은 각각 23조 달러(약 3경695조 원)의 책임을 진다.

기후솔루션은 이를 바탕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의 배출량을 근거로 배상액을 가늠했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배출했다면 책임액 23조 달러 가운데 10%인 2조3천억 달러(307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기후솔루션은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가 산출된 1990년부터 2020년까지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한국 정부의 책임은 전체의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상액으로 환산하면 모두 517조7704억 원 규모다.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러시아 등에 이어 9위다.

기후솔루션은 “이는 기후변화의 고통을 겪고 있는 세계 나라와 공동체에 2025~2050년 매년 평균 19조9100억 원가량의 배상액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현재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적게 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세계 13위 경제규모인 한국의 배상액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기후솔루션은 같은 방법론을 적용해 한국에서 가장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10대 기업의 배상액을 계산했다. 개별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알 수 있는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 데이터가 도입된 2011부터 2020년 10년 사이 배출량을 근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기업의 배상액 23조 달러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모두 278조6073억 원을 책임을 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별 기업으로는 포스코가 배상액 64조1882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2~6위는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다. 이 발전자회사들의 배상액을 합치면 모두 174조9504억 원이다.

2~6위인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을 제외하고 상위 기업을 보면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배상액 17조7748억 원), 포스코에너지(8조4574억 원), 에쓰오일(7조100억 원), 삼성전자(6조9587억 원), GS칼텍스(6조9522억 원) 순이다.

전 아일랜드 대통령인 메리 로빈슨 유엔 기후변화특사는 기후솔루션과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는 이에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전 세계 기후피해에 관한 기여도를 명확하게 측정하지 않는다면 기여도가 모호해 책임을 약화할 수 있는데 이 보고서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긍정적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다만 기후솔루션은 “이런 배상액의 수치화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기 전이므로 이번 보고서는 탐색적 연구이며 엄밀한 후속 연구를 위한 기초가 되는 숫자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이번 분석 결과에서 보듯이 지금까지 생각해 온 이상의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한국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출범한 ‘손실과 피해 기금’ 논의에도 보다 주체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