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내부에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를 함께 생산해 패키징까지 도맡는 일괄수주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이를 위해 아직까지 경쟁력이 부족한 첨단패키징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첨단패키징 기술을 개선해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1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경 사장이 앞세우고 있는 일괄수주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첨단패키징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는 3D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는 삼성전자의 일괄수주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TSMC가 사용하는 2.5D 패키징이 상용화된 최첨단 기술인데 삼성전자가 이를 뛰어넘는 기술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과 메모리사업을 모두 맡고 있는 유일한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반도체 위탁생산 △반도체에 들어가는 메모리생산 △첨단패키징 작업까지 일괄수주해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삼성전자의 고객사로선 총 비용과 제조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경계현 사장도 이를 삼성전자의 강점으로 삼고 있다.
경 사장은 올해 6월 연세대학교 강연에서 “삼성전자의 장점으로는 파운드리와 메모리가 있으니 패키지로 둘을 묶는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첨단패키징 분야에서 TSMC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세 분야 가운데 특히 마지막 분야인 첨단패키징에 약점을 지녔다는 시선이 많다.
최광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장은 2023년 2월 초격차 반도체 포스트팹 발전전략 포럼 행사에서 “TSMC의 첨단패키징 기술이 한국보다 10년가량 앞서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만큼 경계현 사장은 첨단패키징 기술에 가진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경 사장은 올해 3월 삼성전자 채용 포럼에서도 “여러 개 칩을 한 개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첨단패키징 시대가 올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앞으로 이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첨단패키징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말 ‘첨단패키지사업팀’을 만들었다. 첨단패키지사업팀은 첨단패키징 기술 강화 및 사업부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세워진 조직으로 파운드리와도 협력을 나누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최첨단 패키지 협의체 ‘MDI얼라이언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MDI얼라이언스는 첨단패키징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업체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다.
삼성전자는 “MDI연합은 2.5D 및 3D의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하나의 반도체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패키지 기술인 이종집적패키지 기술 생태계 구축을 통한 적층 기술 혁신을 이어가는 한편 ‘최첨단 패키지 원스톱 턴키 서비스(일괄수주)’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패키징 설비투자에도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패키징 분야에만 약 20억 달러(약 2조6300억 원)를 투자했고 올해에도 약 18억 달러(약 2조3700억 원)에 이르는 패키징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 사장은 첨단패키징 기술력을 강화해 일괄수주 전략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괄수주 전략은 고객사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요 반도체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파운드리 협력을 넓힐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월28일 온라인으로 열린 'UBS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다른 업체와 달리 반도체 위탁생산, 메모리반도체, 패키징을 함께 제공할 수 있어 경쟁력 있는 가격과 제조시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주이력을 쌓아가면서 고객사 확대를 향한 길이 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3분기 36억9천만 달러(약 4조8600억 원)로 2분기보다 14.1% 증가하는 등 탄탄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 사장의 일괄수주 전략에 따라 우선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탑재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 생산업체들을 고객사로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 AMD가 공개한 AI(인공지능)반도체 MI300 시리즈. < AMD >
특히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AI반도체에서 뒤쫓고 있는 AMD를 HBM을 매개로 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7월21일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제품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TSMC 이외에 다른 파운드리 업체 선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수 최고경영자의 발언을 놓고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에 뒤이은 파운드리 2위 기업인 만큼 AMD의 새로운 협력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MD가 12월 출시한 AI반도체인 MI300 시리즈에 탑재되는 HBM을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독점 공급할 것이라는 증권업계 관측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MD가 출시한 AI반도체 MI300 시리즈의 HBM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량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MD가 삼성전자에 HBM 생산을 맡긴다면 MI300 시리즈의 위탁생산과 첨단패키징도 함께 맡겨 비용절감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가 AMD에서 HBM을 수주하면 해당 고객사의 파운드리 주문까지 따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