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중국 ‘디커플링’ 자신, 리튬 자체 조달에 속도

▲ 미국이 솔턴 호수에서 전기차 3억7500만 대 분량의 리튬이 있다고 공식 확인함과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9월14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NAIAS)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LYRIQ)에 시승한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규제 대상인 해외우려집단(FEOC)에 중국을 포함한다는 세부규칙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중국 디커플링’ 기조가 선명해졌다. 

미국 내 대규모 리튬 매장량 확인이 자신감의 근거라는 분석과 함께,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탈중국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5일(현지시각) 주간지 뉴스위크는 전기차 3억750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리튬이 지난 11월28일 공식적으로 확인돼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미래가 밝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솔턴(Salton) 호수에 매장된 리튬이다. 

리튬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세를 이루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광물로 중요도가 높다.  

뉴스위크는 이어 “솔턴호수의 리튬 매장량을 공식 확인한 발표가 중요한 시기에 나왔다”라고 분석했다. 

뉴스위크가 ‘중요한 시기’라고 직접 짚은 이유는 미국이 최근 중국을 해외우려집단으로 규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는 솔턴 호수의 리튬 매장량이 공식 발표된지 3일 뒤인 12월1일 IRA의 세부규칙을 확정했다. 

미국은 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보조금 7500달러(약 984만 원)를 지급하고 있다.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되는 보조금은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쓰면 3750달러, 그리고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사용하면 3750달러를 각각 지급하는 구조다.

다만 IRA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우려단체가 생산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사용하는 경우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해외우려단체가 생산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할 경우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을 사용할 경우 2025년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가 미국 제품과 비교해 저렴하다 하더라도 IRA 보조를 받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술제휴를 통해 핵심 광물, 배터리 부품 또는 구성물질의 추출·처리·재활용·제조·조립에 실효적인 통제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해외우려집단으로 간주된다.

중국을 미국의 리튬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로이터는 6일자 보도를 통해 “미국은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아예 끊어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중국 ‘디커플링’ 자신, 리튬 자체 조달에 속도

▲ 중국 최대 리튬 업체인 간펑리튬이 지분을 투자한 호주의 마운트 마리온 리튬 광산.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도인 퍼스에서 북동쪽으로 550㎞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연간 최대 48만 톤의 리튬을 생산한다. <간펑리튬>

중국은 그동안 리튬 매장량과 제련 공정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면서 세계 배터리 시장 공급망을 장악해왔다. 

닛케이아시아는 10월22일자 보도에서 미국 지질조사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은 2022년 기준으로 리튬 매장량의 8%, 생산량의 15% 그리고 제련공정의 65%를 점유한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도 중국에서 제련한 리튬에 주로 의존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왔다.  
 
중국이 리튬에 투자하는 금액도 상당하다. 

에너지 전문 리서치 회사인 리스타드 에너지에 중국 기업들은 2021년부터 2023년 3월까지 2년 동안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세계 리튬 광산 지분을 매입하는 데 45억 달러(약 5조9061억 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미국도 중장기적으로 자국에서 이러한 광물 채굴과 정제 인프라를 확보한다면 중국에 의존을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도 탈중국 흐름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나타낸다. 

테슬라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에 직접 리튬 정제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올해 완공이 목표다. 

액손모빌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100만 대 분량의 리튬을 확보하는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도 리튬 정제기술 관련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기업들이 미국에서 리튬을 채굴할 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 또한 미국이 중국과 리튬 디커플링을 할 수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솔턴 호수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기업들은 흡착제를 사용해서 염수에 함유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직접 리튬 추출(DLE) 방식을 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그동안 국내에서 리튬을 적극적으로 채굴하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정부의 높은 환경 규제 기준이 거론됐는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확인된 대규모 리튬 매장량, 리튬 관련 기업 투자와 기술 개발에서 나오는 ‘자신감’에 기반해 앞으로 배터리 공급망의 탈중국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