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이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장하며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가치사슬(밸류체인) 역량을 보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가치사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엘앤에프는 보유 현금이 충분치 않은 데다 영업을 통한 이익창출도 제한된 상황에 놓여 있다. 최 부회장으로선 막대한 투자금 조달 방안을 놓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확장 가속, 최수안 투자 실탄 마련 '고심'

▲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이 11월27일 오후 달성군 엘앤에프 구지3공장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2조55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협약(MOU)을 맺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시>


29일 엘앤에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주력 사업인 양극재 외에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와 음극재 등으로 내부적 가치사슬 확장을 통해 순환체계(클로즈드 루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최근 2조5500억 원을 투자해 대구시에 대규모 2차전지 소재 산업단지(클러스터)를 신규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55만8천909㎡(약 17만평) 부지에 들어서는 산업단지에는 기존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뿐 아니라 차세대 음극재,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생산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차세대 음극재와 리튬인산철 양극재와 같은 신규 제품의 생산시설이 먼저 구축돼 가동될 예정이다. 2차전지 소재사업의 수평적 가치사슬 확장의 생산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엘앤에프는 양극재 사업의 공정단계별 수직적 가치사슬 확장도 꾀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LS그룹과 협력해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 전구체 제조·판매는 물론 원료인 황산니켈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엘앤에프는 LS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북 새만금산업단지를 거점으로  둔 전구체 공장을 연내 착공해 2025~2026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순차적으로 생산을 확대하며 2029년 전구체 연간 12만 톤 생산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합작법인은 황산니켈과 리사이클링 사업도 진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황산니켈, 전구체, 양극재, 리사이클링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엘앤에프는 9월 경상남도, 하동군,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남 하동에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핵심 원료로 엘앤에프가 수산화리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양극재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수직계열화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엘앤에프는 6천억 원을 투자해 경남 하동군 대송산업단지 부지 약 3만 평에 연간 2만 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최수안 부회장은 업무협약을 맺으며 “대송산업단지는 광양항, 부산항과 인접해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행정지원과 인센티브 혜택이 매력적”이라며 “경남도와 하동군이 앞으로도 리튬 사업을 적극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엘앤에프는 경쟁사들보다 가치사슬 역량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쟁사인 에코프로그룹은 최근 전구체 제조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업공개를 통해 전구체 증설에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에코프로그룹은 전구체 제조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에코프로씨엔지 등을 통해 수직 계열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그룹사 역량에 힘입어 원료 광물 확보뿐 아니라 중간소재와 양극재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더구나 포스코퓨처엠은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 생산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가치사슬을 내재화해 수직 계열화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면 각종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수익성 방어에도 유리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2차전지 소재사업 경쟁에서 엘앤에프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가치사슬 역량을 확보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수안 대표이사 부회장도 올해 들어 엘앤에프의 가치사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이전보다 더 많은 경영 역량을 투입하며 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를 위한 투자에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 반면 엘앤에프의 가용 자금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9월 말 기준으로 엘앤에프의 현금·현금성자산은 3333억 원가량이다. 대구에 들어서는 산업단지에 투입될 자금만도 2조5500억 원에 이르는 만큼 추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엘앤에프 실적 후퇴 경쟁사보다 도드라져, 최수안 구조적 저수익성 고민

▲ 대구 국가산단 내 엘앤에프 3공장. 3분기 준공과 양산 테스트를 거쳐 내년 3분기 완전 가동 예정이다. <엘앤에프>

엘앤에프는 가치사슬 확장뿐 아니라 기존 양극재 증설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이런 투자 소요를 모두 합하면 어림잡아 5조 원대 자금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엘앤에프는 보유 자산을 통한 투자 여력이 충분치 않을뿐 아니라 영업을 통한 투자금 마련도 다소 버거운 실정이다. 올해 들어 양극재업황이 악화하며 실적이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수안 부회장으로서는 증자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가 IR(투자자 대상 홍보 활동) 조직을 정비하고 신한자산운용 출신 류승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한 배경에는 자본시장과 소통을 강화하며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필요성이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미 상반기에 시행했던 교환사채 발행도 고려해 볼만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꼽힌다. 엘앤에프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는 조건을 단 교환사채를 발행해 5억 달러(약 6400억 원) 규모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교환 대상 자사주 물량은 151만3010주로 주식 총수 대비 4.20%였다. 

엘앤에프가 9월 말 기준으로 자사주 273만8611주(주식 총수 대비 7.56%)를 쥐고 있는 만큼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 발행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추가 증자에 따른 경영권 위협이나 주식 가치 희석, 차입에 따른 재무 불안이 없어 요긴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엘앤에프 주가가 상반기에 30만 원을 웃돌았던 것과 달리 현재 20만 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조건 아래에서 자금 조달 여력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엘앤에프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으로 16만8700원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향후 양극재, 음극재, 전구체, 리튬 생산과 해외 진출을 위한 자본적지출(CAPEX)이 약 5조 원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 차입 50%, 자본증가를 통한 조달 50%를 가정하면 2조5천억 원가량의 증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