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 혹한이 불어닥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업황 전반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터에 우리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중단하면서다.
▲ 저축은행 인수합병 시장이 우리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중단과 부정적 업황에 얼어붙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작업이 잠정 중단되며 저축은행 M&A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상상인 그룹은 전날 “10월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주식처분명령을 이행하고자 우리금융지주에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검토했으나 매각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가격에서 이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제시가격을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수도권에서 영업기반을 다져왔고 자산규모도 6월 말 기준 업계 8위의 중형급 매물이다.
문제는 저축은행업계 상반기를 덮친 순손실 흐름도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그룹 실적발표에 묶여 다른 저축은행보다 빨리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계열 저축은행은 3분기 순손실(합산) 31억 원을 냈다. 2분기 순손실인 110억 원보다는 적자폭이 줄었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실적 수치나 분위기는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한다”며 “2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3분기 실적은 1분기나 2분기보다는 나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지난해와는 격차가 커 지난해와 비교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바라봤다.
일각에서는 실적뿐 아니라 영업 규모 축소가 전망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저축은행 평균 예금(1년) 금리는 이날 기준 4.07%로 내려가고 있다. 올해 마지막 분기의 시작점 10월1일(4.19%)보다 0.12%포인트 인하됐다.
금리비교 사이트 마이뱅크 기준 이날 저축은행 최고금리는 4.50%로 1금융권인 은행 최고금리와 불과 0.20%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은행보다도 더 낮은 예금 금리를 내주고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은 올해 기준금리가 1~2년 전보다 훨씬 높아진 수준으로 1년 가까이 유지돼 자금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구할 수 있는 돈이 비싸진 만큼 파는 상품(대출)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금리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저축은행 인수합병 시장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매물로 나왔거나 나올 가능성이 있는 저축은행은 상상인과 상상인플러스, 조은, 애큐온, 한화 등이 꼽힌다.
실적이 악화된 중소형 저축은행을 더하면 10여 곳에 이른다는 시각도 있다.
주로 거론되는 곳들은 모두 각자의 매각 사유가 있다.
▲ 저축은행 3분기 실적은 30일에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 발표된다. |
조은저축은행은 홍콩계 투자금융그룹 SC로이가 2018년 잔여지분을 인수하면서 지분율 99.8%로 올라섰다.
애큐온저축은행은 홍콩계 PEF 베어링PEA에 인수됐다. 모두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화저축은행은 실적 악화로 한화금융그룹의 정리대상이란 말이 나오고 있으며 상상인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대주주 적격성이 문제가 돼 지분을 내년 4월까지 지분을 팔아야 한다.
매물들 실적이 시장 대비 크게 좋은 것도 아니다.
상반기 기준 애큐온저축은행은 329억 원 순손실을 냈고, 상상인과 상상인플러스도 각각 248억 원과 91억 원 순손실을 냈다. 한화저축은행은 순이익으로 49억 원을 거뒀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107억) 대비 반토막났다.
실적을 끌어올린 곳은 조은저축은행이 유일했다. 조은저축은행은 상반기 33억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지난해 대비 19억 원에서 늘어난 것이다.
실제 업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저축은행 3분기 실적은 30일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 공시된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