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수자원 대책은 '역부족' 평가, 중장기 계획 부재

▲ 인텔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목표와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펴냈다. 인텔의 '기후전환 액션플랜' 보고서 표지 이미지 일부.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텔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자원 문제 관련한 대책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산업 특성상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는 만큼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수자원 확보 및 관리에 대한 계획도 더욱 체계적이고 분명하게 수립되어야 할 것이라는 권고가 이어졌다.

인텔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기후 전환 액션플랜’ 보고서를 공개했다.

2050년까지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할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과 인텔이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달성해 온 성과에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이번 로드맵은 인텔이 지속가능성 확보에 분명한 목표의식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절대 앞으로 이뤄내야 할 과제를 과소평가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인텔은 우선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100%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반도체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2019년 대비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제 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기준인 GHG 프로토콜에 따라 스코프3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2050년까지 전량 감축해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도 새로 제시됐다.

스코프3은 사업자가 직접 소유하지 않은 자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인텔의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꾸준히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다.

2040년에는 인텔이 직접 배출하는 스코프1, 소유 자산에서 배출하는 스코프2 기준의 온실가스 발생을 넷제로 상태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인텔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이미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사업장에서 활용하는 전체 전력의 93%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으며 반도체 제품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IT전문지 더레지스터는 인텔의 이러한 노력이 온실가스 배출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수자원 관련 문제 대응에는 비교적 미흡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반도체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일부분에 불과한 만큼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도 대응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레지스터는 인텔의 반도체공장 한 곳이 3개월 동안 9억2700만 갤런(약 351만 톤)의 물을 사용한다는 집계결과를 전했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1400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인텔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수자원 대책은 '역부족' 평가, 중장기 계획 부재

▲ 인텔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생산공장. <인텔>

인텔이 발표한 기후 전환 액션플랜 보고서에는 물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워터리스크’와 관련한 내용도 언급되어 있다.

수자원 관련한 리스크가 반도체 생산 및 공장 증설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인 만큼 출하량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 및 비용 증가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워터리스크 역시 반도체 공급망과 고객사 수요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기적 차원의 문제로만 분류되어 있다.

더레지스터는 인텔이 수자원 관련 문제를 이러한 수준에서 언급하는 데 그친 점을 두고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다.

인텔은 워터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회사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언급했다.

2022년 한 해에만 인텔의 전 세계 사업장에서 96억 갤런(약 3634톤)의 물을 절약했고 애리조나 사업장이 AWS(워터스튜어드십연합)에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텔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워터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수자원 재활용 등 방식으로 물 사용량을 줄이는 데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달리 수자원 분야에는 2030년 이후 중장기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항목으로 꼽혔다.

인텔은 수자원 보호를 위해 2021~2022년에만 9900만 달러(약 1285억 원)의 비용을 들이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텔이 온실가스 배출 및 수자원 관리 이외에도 화학약품이 포함된 폐기물 감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레지스터는 “인텔은 온실가스 감축과 비교해 수자원 및 화학폐기물 관련 문제에는 관심을 덜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