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운임·원자재 상승 전망에 내년에도 비상경영, 조주완 B2B 집중

▲ LG전자가 내년 원자재 가격 상승 전망에 로봇, 자동차 전장, 냉난방공조 시스템 등 B2B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 방어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내년 글로벌 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운임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응해 경기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 기업간 거래(B2B) 사업에 집중해 위기에 대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시행하고 있는 전사적 워룸 태스크(위기관리 시스템)을 이어가 내년에 나타날 가격상승 압박에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주요 시장전망 기관들은 내년에 철광석과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4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천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JP모건은 철광석 가격은 2025년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바라봤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11월10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26.9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40% 넘게 올랐다.

물류비 역시 내년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11월10일 전 세계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한 달 전보다 138.69포인트 오른 1067.88 포인트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이 예상되는 배경에는 장기화 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및 하마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사이 전쟁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류비와 원재료 절감으로 LG전자의 올해 기대이상의 실적 방어 결과를 보여줬지만 내년에는 비용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LG전자 운임·원자재 상승 전망에 내년에도 비상경영, 조주완 B2B 집중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경기 민감도가 낮은 B2B 사업을 강화하고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랙픽 비즈니스포스트>

조주완 사장은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통해 원가절감에 신경을 쓰는 한편 올해 성과를 본 B2B사업을 더욱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올해 7월 LG전자 미래비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간 거래(B2B), 논하드웨어, 신사업 등 3대 성장동력을 지금보다 강하게 추진해 시장 흐름의 변곡점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도록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미래지향적 사업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B2B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까닭은 일반적으로 B2B 사업은 장기계약이 많고 경기 민감도가 낮아 불확실한 경제 국면에서 유리한 특징을 지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이 내년에 LG전자 사업에서 가장 주목할 B2B 영역으로는 단연 자동차 전장 사업이 꼽힌다. 

LG전자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장 공장은 올해 3분기 생산가동률이 100%를 넘길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의 가동률이 100%를 웃도는 것은 생산라인이 쉬지 않고 가동되는 동시에 밀려드는 주문량을 처리하기 위해 휴일에 추가생산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 사장은 내년에 완성차 산업의 수요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적정량의 재고를 비축하면서 시장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VS사업본부의 재고자산은 1조9349억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69억 원 증가했다.

조 사장은 내년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B2B 사업 가운데 하나인 로봇 사업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설비진단 작업에 투입하는 실증 작업을 통해 로봇사업의 확장성을 모색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나는 노동력 공백에 대응해 서비스 로봇과 물류로봇 분야에 힘줘 왔는데 이제 공장 자동화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조 사장은 중국과 일본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냉난방공조(HVAC) B2B 시장 공략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협력해 2030년까지 냉난방공조에 들어가는 히트펌프 600만 대를 공급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0년 262조 원 규모였던 전 세계 냉난방공조시장은 2030년 464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및 내년 사업계획을 알리면서 “B2B사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등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해 실적 방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