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보통주자본 비율이 낮은 우리은행의 수혜가 예상된다.
정부는 우리은행의 다섯번째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방안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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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30일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하면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은 은행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2017년부터 대손준비금 일부를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하기 위해 은행업 감독 규정과 세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대출부실로 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둔다. 정부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대손충당금이 적어질 것을 대비해 추가로 금액을 적립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대손준비금이다.
주요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와 호주만 대손준비금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손준비금은 외국은행보다 국내은행이 상대적으로 자본비율이 낮아보이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2019년부터 강화된 회계기준인 바젤Ⅲ를 적용받기 때문에 자본비율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컸다.
금융위가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할 경우 은행들의 자본건전성 확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구경회 연구원은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은 은행들은 증자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투자자들의 의심을 받았는데 한숨 돌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8.8%인데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전부 인정할 경우 자본비율은 1.44%포인트 오른 10.24%가 된다. 우리은행의 자본비율 상승폭은 1%안팎에 그치는 다른 은행들과 비교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구체적인 수혜 정도를 추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대손준비금 가운데 어느 정도를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할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은갑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 인정비율은 100%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50% 정도로 가정해도 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에게 큰 도움이 되는 변화 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손준비금 중 예상손실률을 넘어서는 일부만 보통주자본으로 인정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액 인정될 경우 상장사 보통주자본비율은 1.2%p 개선되지만 실제는 이보다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최근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경영권 지분의 매각이 쉽지 않다고 보고 지분을 4~8%씩 나눠팔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과점주주가 집단 경영권을 행사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판단했다.
정부는 네차례나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이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점은 민영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배당 여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은행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손준비금이 보통주자본으로 인정될 경우 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은 배당수익률이 4%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자본비율이 개선될 경우 배당매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