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타이어 인수 마라톤 출발선에 서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는 금호타이어를 되찾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이 9월 중순경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인수전 채비에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9월20일 금호타이어 매각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다.

11월 예비입찰을 거쳐 내년 1월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투자업계는 내다본다.

매각대상은 산업은행 등 9개 금융회사가 보유한 42.1% 지분이며 우리은행이 33.7%, 산업은행이 32.2%, 국민은행 9.9%의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쥐고 있어 채권단이 제시한 매각가를 수용하면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개인 자격으로만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무구조 악화로 채권단 손에 넘어간 뒤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금호타이어는 세계 12위 타이어업체라는 점에서 매각흥행의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주가 수준으로 매각가는 약 6500억 원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최종 매각가가 1조 원대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매각실사를 진행한 크레디트스위스(CS)는 그동안 잠재적 인수후보군 30곳을 선정해 개별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글로벌 1~2위인 브리지스톤과 미쉐린, 중국 캠차이나, 일본 요코하마타이어 등 해외 타이어업체들과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이 포함됐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달아오르면 박 회장의 인수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반영해 매각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을 세웠다.

금호타이어는 2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매출 7448억 원, 영업이익 4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1%, 26.3% 줄었다. 당기순손실 74억 원을 봤다.

그러나 금호타어 주가는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9천 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6월8일 최고점인 1만1250원에 비하면 떨어졌지만 지난해 9월7일 최저점인 5990원과 비교하면 약 40% 이상 올랐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과 함께 금호타이어를 되찾아 그룹 재건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최근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을 찾아 노조 간부들과 면담한 것도 본격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으로 해석됐다.

문제는 인수자금이다. 박 회장이 1조 원 안팎의 자금을 끌어모으기 힘든 상황인 만큼 우선매수청권을 행사하는 대신 컨소시엄이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응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박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공동전선을 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나 채권단의 기존 주주 제외 방침에 따라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9월 초 4천억 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데 항공사업 수익성 하락 등의 요인 외에도 그룹 차원의 금호타이어 인수계획에 대해 시장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은 내년 1월 본입찰을 거쳐 상반기나 돼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마무리되기까지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 금호타이어 인수건에서 결론이 나야 주력 계열사의 경영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