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시드모터스가 2분기 월가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은 2023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마린카운티에 위치한 도시 코르테 마데라에서 루시드모터스 차량이 충전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루시드모터스가 월가의 예상을 하회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루시드모터스는 부진한 수요를 극복하고자 최근 차량 가격을 인하해 향후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제2의 테슬라’로 함께 묶였던 리비안은 루시드모터스와 달리 사업 전망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8일 미국 CNBC에 따르면 루시드모터스는 2분기에 1억5090만 달러(약 1983억 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월가의 전망치보다 14% 낮은 수준이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루시드모터스는 기업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주당순손실(EPS)이 2분기에 0.4달러라고 발표했다. 2022년 같은 기간에 발표한 0.33달러보다 주식 한 주당 손실액이 0.07달러 더 커졌다.
루시드모터스는 실적발표 전날 자사 전기차의 판매가격을 인하한다고 깜짝 발표했지만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테슬라 역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 가격을 수 차례 인하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은 적이 있다.
게다가 루시드모터스는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차량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루시드가 전기차 세단인 ‘에어 퓨어’와 ‘투어링’ 및 ‘그랜드 투어링’ 가격을 각각 5천~1만 달러 정도씩 낮췄다는 것은 차량 수요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루시드모터스는 자체 개발한 부품 및 기술을 외부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단기 수익성 개선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공산도 크다.
루시드모터스가 슈퍼카 브랜드인 애스턴 마틴에 파워트레인 등 전기차 부품 및 기술을 공급하면서도 대금은 수 차례에 걸쳐 나누어 수령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 '제2의 테슬라'로 루시드모터스와 함께 거론됐던 리비안은 루시드와 달리 공급망을 안정화시키며 생산을 빠른 속도로 늘려나가고 있다. 사진은 미국 일리노이주 노멀시에 위치한 리비안 생산공장에서 전기 SUV 모델인 R1S가 만들어지는 모습. <리비안> |
루시드모터스의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과 수익성은 기업 창업 당시 ‘제2의 테슬라’로 함께 기대감을 모았던 리비안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리비안은 생산 및 공급망 안정화에 성공해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긍정적인 사업 전망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리비안은 2분기에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는 발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리비안의 수익성 또한 1년 전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켓워치는 조사기관 팩트셋이 월가 분석가들의 의견을 모은 자료를 인용해 “리비안은 2023년 2분기에 1년 전보다 주당순손실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비안 또한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동차기업이다 보니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그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루시드모터스와 리비안 모두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핵심 부품 및 소재의 공급 차질과 단가 상승, 대형 자동차기업의 전기차 출시 확대 등으로 악재를 겪으며 전기차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나 리비안은 차량 모터를 아웃소싱하고 일부 모델에 상대적으로 저가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도입하는 등 생산비용을 줄이면서 생산을 빠르게 늘려나갈 수 있었다.
실제 리비안의 차량 생산량과 인도량은 분기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분기 전기차 생산량 및 고객 인도 물량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연간 자체 목표치 달성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생산량이 늘어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생산비용이 더 낮아지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
투자기관 퓨처펀드는 보고서를 내고 “리비안의 전기차 가격이 현재의 7~8만 달러 수준에서 향후 4만~6만 달러 수준으로 낮아져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7일 종가 기준으로 리비안 주가는 2023년 연초보다 약 40% 오른 반면 루시드그룹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두 기업의 사업 전망을 각각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이미 기업가치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자동차 기업의 본업인 차량 생산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달성해내는지 여부가 현재까지 두 기업의 행보를 갈랐다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리비안은 한국시각으로 9일 아침 6시에 실적을 발표하는데 월가의 예상과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는다면 루시드모터스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다만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테슬라가 3분기 ‘사이버트럭’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는 점은 전기 픽업트럭을 주력 제품으로 삼는 리비안에 변수로 작용한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