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의 '비교 우위'가 두드러지고 있다. 2차전지 소재와 주변기기를 생산하는 종목들의 가파른 상승세가 코스닥지수를 견인하며 코스피 수익률을 넉넉하게 앞지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0일 발표되는 테슬라의 2분기 실적 부진보다는 중장기 긍정적인 모멘텀에 주목하면서 후발주자 격인 코스닥 중소형 관련 종목으로 투자가 확산되는 현상이 잦아들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2차전지 후발주 강세로 코스피 앞지른 코스닥, 테슬라발 훈풍은 이어진다

▲ 테슬라 훈풍으로 국내 2차전지 업종에 수혜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주전자재료 등 코스닥 종목으로의 수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0.43% 하락 마감한 반면 코스닥은 1.76% 급상승 마감하며 대조를 보였다. 7월들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각각 1.71%와 6.39%로 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날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업종 전반이 유례 없는 급등세를 보였는데 코스닥에 상장된 2차전지 관련 주변종목들이 더 큰 수혜를 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엇갈린 이유는 2차전지 업종 상승이 코스닥 종목으로 쏠렸기 때문이다”며 “최근 2차전지 업종에는 강한 모멘텀이 작용하고 있는데 3,4월과 마찬가지로 코스닥 종목들을 중심으로 장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코스닥 2차전지 관련 종목 가운데 대주전자재료(19.26%), 윤성에프앤씨(18.23%), 에코프로비엠(16.85%), 에코프로(11.91%), 나노신소재(11.40%), 필에너지(10.79%), 엘앤에프(5.32%)의 주가가 크게 오른 채 마감했다.  

반면 코스피 대표 2차전지 종목 가운데 포스코퓨처엠(13.23%)을 제외하면 전날 코스모신소재(4.23%), SK이노베이션(3.96%), SK아이이테크놀로지(2.99%), LG에너지솔루션(2.04%), 삼성SDI(0.58%), 이수스페셜티케미칼(0.15%) 등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코스닥 종목보다 낮았다.

전날 2차전지 업종 상승세는 테슬라발 훈풍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오랜 지연 끝에 신형 전기차 사이버트럭의 실제 제품을 15일 공개한 테슬라는 17일 주가가 3.20% 상승한 채 마감했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의 성적을 가른 건 외국인 수급이었다. 외국인은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185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코스닥시장선 4991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코스닥시장서 각각 3486억 원어치, 137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사이버트럭 출시 등에 따른 전기차 시장의 확대 기대감이 국내 2차전지 중소형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18일 테슬라 주가 상승률이 1.02%에 그치며 전날 급등한 코스닥 종목들도 이날은 엇갈린 주가 움직임을 보였다. 대주전자재료(-10.02%), 필에너지(-7.40%), 나노신소재(-0.82%), 에코프로(-0.09%)는 주가가 하락했지만 엘앤에프(17.47%), 에코프로비엠(10.74%), 윤성에프앤씨(1.78%)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의 2분기 실망스런 실적 발표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테슬라는 적극적인 가격인하 정책으로 고질적인 수익성 저조를 겪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내 2차전지 업종의 모멘텀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그러나 테슬라의 2분기 수익성 저하가 우려할 부분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테슬라의 가격인하는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오히려 긍정적인 장기 실적 전망치가 제시되면 실망감이 상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외에도 독일 공장 확장, 멕시코 공장 신설 등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의 토마스 몬테이로 연구원은 “19일(현지시각) 발표에서 실적결과가 밝진 않겠지만 사이버트럭 출시일자 등 구체적인 전망이 제시되면 테슬라의 장기 전망은 밝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연구원도 18일 “사이버트럭은 실제 큰 기대감을 가져도 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며 “발표 당일 투자자들은 실적 외에도 사이버트럭에 대한 정보가 나올지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았다.
 
2차전지 후발주 강세로 코스피 앞지른 코스닥, 테슬라발 훈풍은 이어진다

▲ 20일 실적발표에서 수익성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나 사이버트럭 등 장기 긍정 전망이 제시되면 테슬라 모멘텀이 지속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된 실제 사이버트럭. <테슬라 트위터>


월가 증권사들도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콜린 랭건 웰스파고 연구원은 17일 테슬라 목표주가를 170달러(약 21만 원)에서 265달러로 55.88% 상향 조정했다. 이타이 마이클 시티그룹 연구원도 최근 테슬라 목표주가를 215달러에서 278달러로 29.30% 높였다.

따라서 저조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가이던스가 제시되면 국내 2차전지 수혜주들의 모멘텀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재무적 성과보다 기술적 성과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테슬라 생태계의 가시화와 하반기에 공개될 새 기술적 성과들이 중장기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2차전지 종목들의 선전에 힘입은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강세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지수의 상승 속도가 코스피보다 빠른데 업종 구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코스닥지수는 최근 헬스케어 비중이 낮아지고 IT, 2차전지 비중이 코스피보다 높아지는 추세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