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행·항공업계가 한중관계의 냉각 기류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엔데믹에 접어들며 중국과 한국간의 관광 회복을 기대됐으나 중국 정부가 정치외교 이슈를 빌미로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불허방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기자의눈] 딴지거는 중국에 여행·항공업계 냉가슴, 윤석열정부 발벗고 나설 때

▲ 중국 언론이 국내 항공사의 노선 운항 축소를 두고 외교노선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사드배치 결정 이후 민간교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중국 여행 재개에 따른 회복을 기대했던 여행항공업계는 한숨을 쉬고 있다. 21일 명동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여행·항공업계로서는 정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정부에서는 중국과 날을 세우는 발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행사에서 "북한만 쳐다보고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우리의 외교는 글로벌 중추외교로 발돋움했다"고 말했다.

25일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발언으로 화해무드에 들어간지 얼마되지도 않아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엔데믹 시대 회복을 기대했던 여행·항공업계는 이런 발언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다.

올해 3월 중국하늘길이 열리자 국내 항공사들은 앞다투어 중국 노선의 운항 횟수를 계획을 발표했지만 중국 노선의 회복률(2019년 같은기간 대비)은 5월 30.4%에 그치고 있다. 또한 한국관광공사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25만 명으로 2019년 동기 182만 명의 1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국은 국내 항공사들의 여객사업에 있어 핵심 노선으로 꼽히는 지역이었지만 다른 지역 노선과 비교해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행·항공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 조치 내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노선이나 비자는 상호주의가 원칙인데 한국이 앞서 단체여행비자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단체여행을 불허하고 있다”며 “노선유지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 단체관광객의 중국관광은 늘어나면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출국관광) 여행사의 실적은 좋아지고 있지만 인바운드(외국인의 입국관광) 여행사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저조한 운송실적에 따라 일부 국내항공사들은 일부 중국 노선을 운휴하기로 결정했는데 중국 정부는 관영매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노선을 트집잡으며 양국 정부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5일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동샹룽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한국 항공사의 노선 조정은 시장 요인 때문이다”면서도 “승객 수가 적은 상황의 배후에는 정치적인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와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인 관광객의 선호도가 낮아진데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인 여행 제한조치도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즈가 소개한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정치외교 분야에서 이슈가 불거진 뒤 문화관광 교류에 ‘입김’을 행사한 것은 도리어 중국정부이기 때문이다.

2016년 7월 당시 정부가 사드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에서는 ‘한한령’ 기조가 퍼지기 시작했다. 여행·항공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불허하고 한류 콘텐츠의 방영을 금지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불매 분위기가 퍼지면서 뷰티업계도 큰 피해를 봤다.

사드배치가 결정 이듬해인 2017년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417만 명으로 2016년 807만 명과 비교해 48.3%가 감소했다. 중국을 방문했던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17년 385만 명으로 2016년 476만 명과 비교해 19.1%가 줄었다.

현재 한국~중국 노선의 저조한 탑승률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관광 불허 방침이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정부는 올해 들어 2차례에 걸쳐 단체관광 허용국가로 60여 개 국가를 지정했다. 한중관계의 냉각기류를 반영한 정치적인 선정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의 이름은 단체관광 허용국가 명단에서 여전히 빠져 있다.

다음 달부터는 ‘반간첩법’ 개정안이 시행돼 양국 교류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될 전망이다.

반간첩법은 중국의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와 그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법이다. 개정안 시행으로 간첩 행위의 범위가 넓어지며 처벌 방법도 다양해졌다. 

주중 한국대사관도 26일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대비 안전 공지’를 통해 “한국과는 다른 제도, 개념 등의 차이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중국에 체류하거나 방문 예정인 국민들의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이 정치외교 이슈를 빌미로 국내 여행·항공업계를 물고 늘어지는 것과 별개로 현재 정부가 여행·항공업계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적이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5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척지고 지낼 이유가 없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며 "계속해서 한중 우호 증진을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28일 “건전하고 안정적인 한중관계가 공동이익에 부합하지만 현재 몇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원론적인 구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행·항공업계의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6월 중순 중국을 방문해 단체여행 허용국가에 한국을 배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