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자동차부품사 한일전 준비, 세계 최초 신기술로 토요타 덴소 추격

▲ 현대모비스가 올해 '세계최초' 기술을 적용한 고부가 제품 프로모션에 나서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 수주 확대가 주력사업의 이익체력을 다지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스위블 디스플레이. <현대모비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모비스가 매출 기준 '세계 5대' 자동차 부품사에 올라서며 일본 토요타 계열사 덴소를 추격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섰다.

다만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낮은 수익성은 저조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세계최초' 기술을 적용한 고부가 제품 프로모션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서 이익체력을 다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오토모티브뉴스 선정 연도별 '100대 부품사 순위'를 보면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부품업체를 차례로 제치며 토요타 부품 계열사 덴소와 격차를 줄였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순위에서 2022년 기준 32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자동차부품업계 최대 경쟁업체인 일본 아이신(7위, 312억 달러)을 처음으로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톱5' 반열에 올랐다.

현대모비스는 2006년 25위로 순위에 처음 진입했고 2011년 10위에 올랐다. 그 뒤 2017년부터 5년 동안 7위에 머무르다 지난해 글로벌 수주가 급증하며 독일 콘티넨탈을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꾸준한 외형성장을 지속한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양대 자동차 부품사 덴소와의 매출 격차를 대폭 줄였다.

2020년만 해도 현대모비스 매출(251억 달러)은 덴소 매출(465억) 달러의 절반 수준인 53.9%에 머물렀지만 올해 발표된 2022년 매출 기준 2위인 덴소(479억 달러)의 67.2%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만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톱5 부품사에 걸맞는 수익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 51조9천억 원을 거두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실적을 새로 썼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2조265억 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사상 가장 낮은 3.9%를 보였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29.7% 증가한 14조7천억 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8.1% 증가한 4181억 원에 그쳤다. 이런 영업이익은 시장기대치 5564억 원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2.9%에 그쳤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률 6%를 넘겼으나 그 뒤 수익성이 지속해서 뒷걸음쳤다. 이는 주력사업에서의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제조공정에 부품을 공급하는 모듈 및 부품 제조 사업과 국내외에서 운행되는 현대·기아차에 보수용 부품을 공급하는 A/S용 부품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1분기 매출을 보면 주력사업인 모듈 및 부품 부문이 12조363억 원, A/S 부품 부문이 2조6307억 원으로 나타났다. 모듈 및 부품 부문이 전체 매출의 82%를 차지했다.

반면 영업이익을 보면 모듈 및 부품 사업에서 영업손실 1170억 원을 내 A/S 부품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을 책임졌다.

모듈 및 핵심 부품 사업 매출 확대는 1년 전보다 76.4% 성장한 전동화 부문이 이끌었는데 해당 부문이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모비스가 주력 모듈 및 부품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확보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계열사 밖 글로벌 완성차업체 대상 수주를 더욱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계열사 밖 수주는 그룹사인 현대자동차·기아와 비교해 '제값 받기'에도 유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모비스의 1분기 매출에서 현대차와 기아 및 그 종속회사 대상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6%에 달한다.

토요타 부품 계열사 덴소는 토요타 의존도를 줄여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기준 덴소의 토요타 매출 비중은 46.3%로 토요타 이외의 완성차 업체 매출 비중(42.5%)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덴소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6.66%였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세계최초 신기술 기반 고부가 제품을 내놓고 올해부터 본격적 고객 프로모션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미디어 테크데이'를 열고 스위블(가변형) 및 롤러블 디스플레이, 25인치 로컬디밍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세계 최초로 개발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 3종을 처음으로 시연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납품받아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구현해 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스위블 디스플레이는 34인치짜리 초대형 화면에 초고해상도인 6K급 올레드(OLED) 패널이 적용됐다. 34인치는 내구성과 신뢰성 등 품질 조건이 까다로운 차량용 디스플레이 가운데서는 현재 가장 큰 화면으로 평가받는다.

운전석과 조수석까지 넓게 펼쳐지는 이 디스플레이는 자율주행 환경에서 전체 스크린을 이용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필요한 때는 운전석 안쪽으로 회전시켜 주행에 필요한 최소 정보만 표시한 작은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 자동차부품사 한일전 준비, 세계 최초 신기술로 토요타 덴소 추격

▲ 현대모비스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차량용 롤러블 디스플레이. <현대모비스 유튜브 채널 동영상 캡처>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주행정보 화면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돌돌 말리는 제품으로 주행 상황과 이용 목적에 따라 디스플레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롤러블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TV시장에서 일부 소개됐지만 차량용으로는 개발한 것은 현대모비스가 처음이다.

현대모비스의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쿼드HD(QHD, 2560 x 1440)급 이상의 해상도를 갖췄고, 30인치대의 초대형 화면으로 구현할 수 있다.

최근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대화면과 고화질, 3차원 및 증강현실(AR)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SCC는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올해 90억 달러에서 2027년 14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23'에서 스위블 디스플레이, 경량화 후륜 서스펜션, 뇌파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25인치 대화면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으로 4건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경량화 후륜 서스펜션은 전기차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미래차에 적용돼 경령화를 구현할 수 있고 뇌파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은 운전자의 뇌파를 측정해 안전성을 높인 기술이다. 대화면 HUD는 로컬 디밍(화면 분할 구동)으로 선명도를 높여 혁신성을 인정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이같은 기술 혁신 성과를 거두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강화해 왔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1조122억 원으로 연구개발비 투자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1조3709억 원)까지 3년 연속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올해도 연구개발 활동에 1조6407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 확대하면서 이를 꾸준히 외형 성장으로 이끌어내 왔다. 핵심사업인 부품제조 및 전동화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8.7%에서 2021년 8.3%, 지난해 7.2%, 올 1분기 6.0%로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초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매출로 따지면 세계 7위지만(2020년 매출 기준) 주력 사업인 부품만 따지면 한참 밑이다"며 "주력인 부품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고부가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하는 일이 주력사업에서 글로벌 톱5 자동차 부품사에 걸맞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계열사 밖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46억5천만 달러(약 6조850억 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해 사상 최대 연간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현대모비스는 계열사 밖에서 53억6천만 달러(약 7조140억 원)의 수주를 따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주가수익비율(멀티플) 상향을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며 "핵심부품 수주확대가 높은 R&D 비용을 상쇄하는 수익성으로 연결되도록 구체적 전략이 제시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