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의 표지 일부 갈무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금융기관들이 세계적 탄소중립 흐름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금융에 재생에너지의 3배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금융기관들이 재생에너지에 화석연료의 3.1배를 투자하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22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과 함께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적, 민간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모두 118조5천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석탄 자산이 49조2천억 원, 천연가스 및 석유 자산이 61조5천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까지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금융 자산의 규모는 공개된 적이 있으나 천연가스와 석유를 포함한 자산 규모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공개된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자산 규모는 대출, 채권, 주식투자만을 합산해 집계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번 보고서의 수치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민간보험사의 부보금액인 94조9천억 원을 포함하면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은 213조4천억 원에 이른다”며 “이는 올해 정부예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재생에너지는 2012년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누적치로도 자산 규모가 37조2천억 원에 불과해 투자 비대칭이 매우 심각했다”고 비판했다.
민간보다 공적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화석연료금융의 자산 규모가 더 큰 것으로도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보유한 화석연료금융 가운데 연료별 구분이 가능한 101조7천억 원을 놓고 보면 공적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화석연료금융 자산은 61조8천억 원으로 민간 금융기관의 보유 규모인 39조9천억 원의 1.5배를 웃돌았다.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전력공사 지분 약 20조 원이 공적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자산의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과 관련해서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외에도 공적, 민간 금융이관이 보유한 한전 및 한전 자회사 채권 11조8천억 원까지 고려하면 한전과 관련된 화석연료금융 규모는 32조4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화석연료금융 잔액의 31.9%에 해당하는 규모다.
▲ 금융섹터별 화석연료 자산과 비중.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석탄은 물론 천연가스, 석유를 포함한 금융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화석연료금융 가운데 연료별 구분이 가능한 101조7천억 원을 연료별로 보면 석탄금융은 49조2천억 원, 천연가스금융은 30조2천억 원, 석유금융은 22조3천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와 석유 금융의 합은 52조5천억 원으로 석탄금융보다 3조3천억 원이 더 많은 셈이다.
보고서는 “이 수치는 석탄만이 아니라 천연가스와 석유를 포함한 전체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화석연료금융 자산 118조5천억 원 가운데 연료별 분석에서 제외된 16조8천억 원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자산이다.
국민연금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천연가스와 석유를 분리하지 않고 화석연료금융 규모를 밝혔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화석연료금융 규모는 석탄 7조3천억 원, 천연가스 및 석유 9조5천억 원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며 “2021년에는 재생에너지 3670억 달러, 화석연료 1190억 달러로 재생에너지 투자가 3.1배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2022년 상반기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전체 잔액은 118조5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을 뿐이고 재생에너지에 투자는 7조2천억 원에 그쳤다”며 “여전히 화석연료 자산에 투자가 줄지 않고 있으므로 국내 금융기관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석탄만이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산업에 금융기관이 아낌없는 연료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수치로 밝혀졌다”며 “금융기관은 2050 넷제로의 관점에서 2030년 중간목표를 포함한 장기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