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에 촉각, 마창민 이란 플랜트사업 수혜 기대

▲ DL이앤씨가 이란 플랜트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핵협상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이란 플랜트사업을 재개 여부가 달린 핵협상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DL이앤씨는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이란 현장을 유지할 정도로 이란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이란 경제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도 현지사무소를 유지하고 있어 제재가 풀리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건설사로 꼽힌다. 
 
12일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통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 핵협정)을 복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마창민 대표는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된다면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수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경제를 정상화하려면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어 이를 위한 대형플랜트 발주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2015년 이란핵협정이 이뤄진 뒤에도 2016년 12월 이란 이스파한 정유회사가 발주한 2조2천억 원 규모의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비록 이란 제재가 재개되면서 금융조달 문제 등으로 프로젝트 계약이 해지됐지만 이란 제재가 다시 풀리면 마 대표로서는 이에 못지않은 대규모 수주를 노려볼 수 있다.

마 대표는 토목·플랜트사업을 수주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단단히 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플랜트사업에서 2023년 3조6천억 원을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는 지난해 플랜트 신규수주 1조7460억 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미 1분기에만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로 1조4천억 원의 수주를 확보하는 등 1조7727억 원을 수주해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다. 

다만 증권업계 분석을 보면 DL이앤씨가 텃밭인 중동 지역의 수주파이프라인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란 플랜트사업은 이를 보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DL이앤씨의 수주파이프라인을 보면 인도네시아 화공플랜트(4천억 원), 말레이시아 화공플랜트(7천억 원), 빌리핀 발전시설 2곳(각각 4천억 원), 인도네시아 토목 프로젝트(1조1천억 원) 등 중동 지역보다 동남아시아시장 쪽에 수주 초점이 맞춰져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란에서 현지사업소를 운영하고 있어 제재가 해제되면 각종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아직 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에 따라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들은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 협상이 재개된다면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시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1일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테헤란에서 열린 ‘원자력 성과 전시회’에 참석해 “이란의 원자력산업 인프라가 유지된다면 서방(미국)과 핵합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평화목적의 핵 활동이 보장된다면 핵합의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22년 9월부터 열리지 않았던 미국과 이란의 대화에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이미 물밑작업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지난 3일 오스트리아 국적자 2명, 덴마크 국적자 1명 등 3명을 석방했다. 이들은 이중국적자 간첩행위나 국가안보 위반 혐의로 이란이 체포했는데 국제사회에서는 협상 카드로 악용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지난 8일 언더스탠딩(세상의 모든 지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유럽인 석방은) 이란과 유럽과의 관계 해빙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며 “물밑에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바라봤다.

이어 미국은 이라크 내 이란 동결자금 27억 달러를 해제했다. 미국의 경제제재 이후 이란의 경제상황이 악화됐는데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DL이앤씨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에 촉각, 마창민 이란 플랜트사업 수혜 기대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마창민 대표는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 뒤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수주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이라크는 천연가스 인프라가 부족해 이란에서 천연가스와 전기를 수입해 쓰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 핵협정)을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해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점도 미국과 이란 관계 개선에 긍정적 대목이다. 2024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데다 중동 지역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복원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동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 시간이 많지 않은 가운데 이란은 핵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60%까지 끌어올려 핵무기 개발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으로 평가되는 90%에 다가가고 있다. 6일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를 공개해 미국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도 신경써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4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면서 미국에 우라늄 농축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에게 원전 건설을 맡기고 우라늄 농축 기술을 전수받겠다는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는 3월 중국의 중재로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중동이 중국과 가까워지며 핵무장을 하는 일을 막기 위해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복원해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지난 11일 아랍뉴스등에 따르면 알둘아지즈 사우디라아비아 에너지 장관은 ‘아랍·중국 비즈니스 콘퍼런스’에 참여해 중국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협력대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