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미국의 1970년대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자 바이든 대통령 등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뒤 27일 내놓은 '워싱턴 선언'에서 원전 협력을 두고 “양 정상은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민간 원자력 협력에 참여하기로 약속한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에서 원자력발전 분야와 관련해 ‘지식재산권 존중’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의 원전 수출이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벌어진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의 원전 수출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윤 대통령은 5박7일 일정의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을 두고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등 세일즈 외교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의 방미를 두고 취재진에게 “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을 꾸렸다”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인 대통령과 함께 경제 중심의 정상외교를 현장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사이 지식재산권 분쟁의 해법을 찾거나 일정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적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수출을 놓고 한국과 미국의 협력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한미동맹 강화에도 결정적 성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전 수출은 윤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요 국정 목표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원전 최강국’, ‘원전 10기 수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의 순방 동안 한국 정부는 원전 관련해 미국과 협력의 물꼬를 트려 노력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최근의 한미 원전 기업 사이 법률적 다툼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이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아 이 장관의 발언은 결국 입장 전달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장관 회담 이후 나온 한미 정상 공동선언인 ‘워싱턴 선언’에서는 오히려 미국의 입장만 담겼다.
워싱턴 공동선언에는 원전과 관련해 “양 정상은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민간 원자력 협력에 참여하기로 약속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시민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담긴 ‘지식재산권 존중’, ‘국제원자력기구 추가의정서 준수’는 한국 원전 수출에 대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주장은 한국의 원전 수출에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APR-1400’ 노형이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수출한 원전기술로 개발된 것이므로 한수원이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국의 수출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주장은 이전에도 한국이 원전 수출을 시도할 때마다 나왔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전 때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자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한 사례도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폴란드의 1단계 원전 사업자 선정을 열흘 앞둔 시점에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냈다. 한수원의 발목을 잡은 것인데, 폴란드 원전 1단계 사업자는 결국 웨스팅하우스로 선정됐다.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 주장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패트릭 프래그먼 웨스팅하우스 사장은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이 발표된 27일 당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리에게 한국의 원전 사업은 가상의 사업일 뿐이고 실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며 “한국의 원전은 미국법과 국제법을 어기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폴란드에 한국 원전이 절대로 건설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