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이 은행업 아닌 통신업에서 기존 사업자와 본격 경쟁을 시작한다.
국민은행의 알뜰폰사업 ‘리브엠(리브모바일)’이 시범사업에서 벗어나 정식으로 통신시장 링 위에 오른 것인데 이 행장의 '비금융 경영' 역량 역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12일 금융위가 리브엠의 지속적 서비스를 위한 규제 개선을 승인하면서 국민은행은 알뜰폰사업을 정식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 |
12일 금융위원회가 리브엠의 지속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관련 규제를 개선해 달라는 국민은행의 요청을 수용하면서 국내 알뜰폰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알뜰폰업체들은 이달부터 일정 기간에 특정요금제에 가입하면 최대 1년 동안 통신비를 1원도 받지 않는 0원 프로모션을 내걸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알뜰폰업체들이 장기간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 일인데 국민은행의 알뜰폰시장 정식 진출을 앞두고 가입자를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다른 시중은행이 알뜰폰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토스뱅크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자회사 토스모바일을 통해 알뜰폰시장에 이미 진출했고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현재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알뜰폰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이재근 행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행장은 그동안 시범사업이라는 틀 안에서 알뜰폰사업을 진행해 온 만큼 수익성 등 사업의 일반적 핵심지표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는데 이제 정식사업이 된 만큼 수익성을 비롯한 여러 지표들 더 꼼꼼히 챙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향후 통신사업자뿐 아니라 은행사업자와 통신시장에서 벌어질 경쟁에 대비해 선도업체의 경쟁력을 입증할 차별화한 전략을 준비하는 것도 이 행장의 과제다.
리브엠이 앞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정책 방향성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이 행장의 어깨에 무게감을 더한다.
리브엠은 국내 혁신금융서비스 1호 사업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정식사업 전환 이후 알뜰폰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과당 경쟁 등에 따른 역효과만 불어올 경우 향후 다른 혁신금융서비스의 정식사업 승인 여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리브엠을 비롯해 모두 238건의 사업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시범사업으로 운영됐거나 운영되고 있다.
알뜰폰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향후 이 행장의 그룹 내 위상 측면에서도 중요할 수 있다.
혁신사업은 그동안 은행이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는 도전인 만큼 CEO의 경영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3월 그룹 회장에 오른 데는 신한은행에서 혁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한 배달앱 ‘땡겨요’의 성과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행장은 알뜰폰사업 경쟁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실적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말 KB금융그룹의 리더십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이 행장도 자리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알뜰폰업계와의 상생 보다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국민은행의 과도한 움직임은 기존 알뜰폰업계가 지속해서 우려했던 지점이라는 점에서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그동안 대형 시중은행이 알뜰폰시장에 진출하면 중소 유통업체가 고사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가격과 점유율 등을 규제하는 조건부 사업승인을 주장해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식사업으로 승인 받았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서비스 내용이 기존과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순히 수익성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합리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