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카드가 실적 반등 '카드'로 내세운 애플페이의 기세가 좋다.
애플페이 도입 뒤 현대카드 발급 건수와 회원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애플페이로 카드업계 톱2 추격을 기대하고 있다. |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실적의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월 기준 현대카드의 체크카드 수는 17만9천 장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2월보다 70%(10만5천 장) 증가한 수치다.
카드업계에서는 체크카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청소년이나 대학생,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장인 등이 주 사용층을 구성하고 있어 애플페이의 도입이 체크카드 수 증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카드 업계 단독으로 시작한 애플페이가 출시 초기 폭발적인 반응 덕분에 한동안 굳어져 있던 카드업계 상위권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며 “현대카드가 일으킨 1차 돌풍이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시장이었다면 2차 돌풍은 애플페이다”고 말했다.
애플페이의 도입이 현대카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앞서 2월부터 나왔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2월 벌인 조사에 따르면 애플페이를 이용하기 위해 현대카드를 먼저 사용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57%로 조사되기도 했다.
최근 현대카드는 1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1위 신한카드의 19.6%, 2위 삼성카드의 17.8%와 비교하면 낮은 점유율이지만 성장세는 높다.
신한카드는 2021년까지 2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하락세를 보이며 19%대로 내려앉았다.
삼성카드는 최근 4년 동안 시장점유율을 1% 늘린 셈이지만 현대카드는 그보다 높은 1.2% 증가를 이뤄냈다.
시장점유율 증가는 현대카드 회원 수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카드는 2022년 기준 회원 수 1104만 명, 총 취급액 142조7716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보다 회원 수는 8.9%, 총 취급액은 14.1% 증가했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우선 도입을 통한 외형성장으로 올해 호실적을 거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향후 다른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하기까지는 약 6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2022년 기준 실적 후퇴를 겪었다.
현대카드는 2022년 영업수익 3조162억 원, 영업이익 3153억 원, 순이익 2540억 원을 거뒀다. 2021년과 비교해 영업수익은 9.9%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22.5%, 순이익은 19.1% 급감했다.
현대카드는 이번 실적을 두고 “불안정한 대외 환경을 준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과 조달 비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전 세계적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지속적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상황을 대비해 2022년 동안 위험 관리 중심의 보수적 영업을 이어왔다.
이에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 상품을 운용하며 금융 취급액이 13.3% 감소하기도 했다.
채권 연체율도 안정화해 1% 연체율을 유지했다.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2020년 말 기준 1.30%, 2021년 말 기준으로는 0.98%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0.02% 연체율 상승에 그친 셈이다.
다만 조달비용 상승으로 위축한 카드업황이 올해부터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에서는 최근 해외 은행들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금까지와 같은 공격적 금리 인상을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바라본다.
카드사 실적 위축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조달비용 압박이 풀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현대카드가 올해 9월까지 누릴 것으로 전망되는 애플페이 선점 효과를 통해 외형을 더 키운다면 향후 조달비용의 압박에서 벗어나 비용이 하락할 때 실적 상승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