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을 위해 글로벌 인재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그래픽처리장치 개발인력 충원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GPU 개발 역량 강화, 경계현 엑시노스 '제대로' 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관련된 삼성전자의 기술적 잠재력을 한층 키우기 위해 인력충원에 나서고 있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연구소를 중심으로 그래픽처리장치 관련 개발인력을 모으는 공고를 내면서 기술력을 높일 인적기반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는 컴퓨팅 시스템에서 그래픽 관련 연산을 빠르게 처리해 결과값을 모니터나 디스플레이 등에 출력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들어 그래픽처리장치 개발인력을 강화하려는 핵심적 이유는 자체 AP 엑시노스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P는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를 결합해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기업 AMD가 PC에 적합하게 만든 그래픽처리장치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 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변환해 2022년 엑시노스2200에 내놨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엑시노스2200의 성능이 좋지 않아 갤럭시S22에서 발열과 게임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게임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을 겪었다. 

이에 삼성전자 DS부문 아래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S23에 엑시노스 시리즈가 아예 탑재되지 않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삼성전자 DX부문 아래 MX사업부에서 올해 출시한 새 스마트폰 갤럭시S23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DS부문의 AP가 탑재되지 않은 점은 경계현 사장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갤럭시S23의 출하량은 약 1100만 대 안팎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고가제품 판매가 늘어 평균판매단가(ASP) 상승효과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스S23 출시로 제품 배합(믹스)이 개선돼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분기 MX/NW(모바일/네트워크) 부문은 매출 33조2천억 원, 영업이익 3조8천억 원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서 플래그십 제품이 모처럼 판매 호조를 보이는 만큼 경 사장으로서는 자체 AP의 경쟁력을 높여 차기작 성능을 뒷받침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엑시노스2200은 고객에게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공급을 제대로 못할 거면 아예 하지를 말고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 역시 2022년 초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GOS 논란 해소방안을 묻는 직원의 질문에 “맞춤제작된 갤럭시 AP개발을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의 경쟁력뿐 아니라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그래픽처리장치 개발 인력을 확충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에선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의 설계에 맞춰 최적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체 기술력이 있다면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그래픽처리장치 팹리스의 주문을 따내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과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를 위탁생산하기도 했으나 기술력 부족으로 TSMC에 결국 주문을 뺏기고 말았다. 

그래픽처리장치 기술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머신러닝 기술부터 확장현실(XR)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데 필수적이다.

마켓앤마켓 등 시장조사기관 분석을 종합하면 세계 그래픽처리장치 시장규모는 2020년 792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최소 112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가 모바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연구원은 “과거 고사양 게임을 돌리기 위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가 사용되면서 관련산업이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그 활용범위가 다양하게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크다”고 바라봤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