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 세대 교체의 주역으로 선택된 박재현 신임 대표는 연구개발과 제조 역량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미약품은 국내 대표적 제약사로 최근 신약개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을 앞세워 신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한미약품을 이끌 박 대표가 앞으로 이런 사업들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늘Who] 30년 '한미맨' 박재현, 한미약품 CDMO사업과 신약개발 중책

▲ 한미약품 경영을 새로 맡은 박재현 대표는 연구개발과 제조 역량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된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한미약품에서 신약개발과 CDMO사업 양날개를 이끄는 데 적합한 인재로 평가된다. 

박 대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제약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재원으로 1993년부터 지금까지 약 30년 동안 한미약품에 몸담은 ‘한미맨’이다. 

그의 경력은 연구개발과 제조 양쪽에 두루 분포돼 있다. 박 대표는 최근까지 제조본부장을 지내며 한미약품의 의약품 생산을 책임져 왔다. 앞서 2017년부터 한미약품 팔탄공장 부공장장 및 공장장으로 일하며 다양한 첨단 시스템이 적용된 스마트플랜트의 원활한 가동을 이뤄내기도 했다.

그보다 이전에는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에서 연구자로서 개량신약 ‘아모잘탄’과 ‘플루테롤’ 등의 개발에 기여했다. 특히 아모잘탄 개발에 활용된 특허기술을 발명함으로써 2016년 특허청의 특허기술상을 받은 일이 잘 알려져 있다.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은 2009년 처음 출시된 뒤 2021년 누적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한미약품 효자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한미약품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의약품 CDMO사업을 육성하기로 계획한 만큼 연구와 제조 양쪽에 전문성을 지닌 박 대표에 높은 점수를 매긴 것으로 보인다.

CDMO사업은 의약품 위탁생산(CMO)과 생산공정 개발, 비임상 등의 위탁개발(CDO)을 결합한 서비스다. CDMO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제조시설과 연구개발 역량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쌓아온 신약개발 노하우와 대규모 생산시설을 활용해 CDMO사업 고객사 확보에 힘쓰고 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현재 완제의약품 기준으로 연간 2천만 개에 이르는 사전충전형 주사기(프리필드시린지)를 생산할 수 있다. 핵산(DNA) 및 메신저리보핵산(mRNA) 의약품 제조도 가능하다.

한미약품의 CDMO사업은 비교적 최근 시작된 만큼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시장에서는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박송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최근 당뇨 치료제, 비만 치료제 등으로 수요가 급증한 글루카곤양펩티드-1 유사체(GLP-1 RA)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글로벌 GLP-1 RA 공급부족 상황에서 바이오플랜트 2공장이 위탁생산을 수주할 경우 주가 상향 여력이 크다”고 바라봤다.

신약개발도 박 대표의 중요한 과제이기는 마찬가지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미국 파트너사를 통해 현지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한국이름 롤론티스)’을 출시하는 쾌거를 올렸다. 다만 같은 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의 미국 승인은 불발됐다. 포지오티닙의 실패는 당시 한미약품 주가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한미약품은 롤베돈과 포지오티닙 이외에도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고형암 치료제, 황반변성 치료제 등 다양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체제에서 이런 약물들의 개발 성과가 차례차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이 2020년 8월 MSD로 기술수출한 NASH 치료제 임상2a상 결과는 하반기에 확인 가능할 것이다”며 “자체 개발중인 NASH 치료제의 임상2a상 결과 및 기술이전 등 개발방향도 연말에 가시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9일 한미약품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오르며 대표로 선임됐다. 앞서 한미약품을 이끌었던 권세창 우종수 전 공동대표와 이관순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한미약품은 박 대표 선임을 비롯한 경영진 세대교체로 창립 50주년 이후 새로운 출발을 위한 리더십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쇄신과 세대교체를 통해 담대한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한미의 창조와 혁신, 도전 정신을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