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승찬 계룡건설 회장이 28년 만에 부친의 대를 이어 회장에 올랐다.

이승찬 회장은 2014년 대표이사로 경영전면에 나선 뒤 스마트홈, 공유주택, 모듈러주택 등 건설 연관 산업분야부터 태양광, 스마트팜, 자동차 판매·수출입까지 다방면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적극적 의지를 보여왔다.
 
28년 만에 계룡산업 회장 된 오너2세 이승찬, 사업다각화 고삐 죈다

▲ 계룡건설이 28년 만에 이승찬 오너 회장을 맞으면서 새 먹거리 사업 발굴과 투자에 한층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계룡건설은 연결기준으로 건축과 주택분양 매출 비중이 약 70%에 토목부문이 20%로 여전히 전통적 건설사업이 포트폴리오의 90%를 차지한다. 이 회장은 취임을 계기로 벤처기업 투자 등을 통해 새 먹거리 사업 발굴과 육성에 한층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계룡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28일자로 기존 이승찬, 한승구 각자대표체제에서 한승구, 오태식, 윤길호 각자대표체제로 경영진을 새롭게 꾸렸다.

오너2세인 이승찬 회장이 계룡건설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나고 그룹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계룡건설은 이 회장의 취임과 함께 경영부문과 건설부문을 전담할 신임 사장을 배치했다. 기존 한승구 대표이사 회장도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건설관리와 영업 등 부분을 지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오너회장’으로 신사업 투자 등 회사 미래 성장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10년 전 계룡건설 대표에 오른 뒤 기존 공공공사 수주에 주택사업 확대를 추진하면서 계룡건설을 매출 3조 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웠다.

계룡건설은 2017년 연결기준 매출이 2조 원을 넘어선 뒤 2022년에는 매출이 2조9496억 원에 이르렀다. 2022년 부동산경기 침체, 건설자재 값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이 1328억 원대로 내려갔지만 202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2천억 원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공사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지난해부터 부동산시장이 하락장에 들어서면서 주택건축사업 상황이 좋지 않다.

이 회장이 대표에 오른 뒤 꾸준히 모색했던 새로운 먹거리 마련, 사업다각화 과제가 한층 절실해진 상황인 셈이다.

또 기존 건설산업분야도 세계적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 기조와 제4차산업혁명, 주거문화 변화 등으로 탈현장화, 스마트 건설 등 분야의 새로운 기술력 확보가 필수가 됐다.

계룡건설은 실제 이 회장의 취임과 함께 조직개편과 사업목적 추가 등을 통해 신기술, 신사업 투자, 발굴을 위한 채비를 강화했다.

계룡건설은 최근 10년 동안 2018년과 2021년 두 해만 빼고 계속해서 정관변경을 통해 새로운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그만큼 다각도로 신사업 분야를 모색해왔다.

올해는 특히 사업목적에 특정 사업분야 외 벤처사업 발굴·운영·투자·육성 및 기타 관련 사업을 추가한 점이 눈에 띈다.

이인구 명예회장이 1996년 회장에서 물러난 뒤 28년 만에 오너2세 회장이 나온 만큼 거시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가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업계를 봐도 이미 호반건설, 우미건설, 아이에스동서 등 많은 중견 건설사의 오너 후계자와 경영인들이 벤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나 벤처캐피탈 펀드 출자 등 직·간접적 방법으로 기존 건설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모듈러주택, 태양광발전, 스마트팜과 스마트시티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계룡건설은 2019년 주총에서 스마트홈 및 스마트시티사업, 2020년 주총에서 스마트팜과 모듈러주택, 공유주택 시공·운영사업, 2022년 주총에서는 태양광발전 및 전력중개업과 폐기물 및 부산물 연료화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계룡건설은 2020년 세종시 한솔동에 모듈러주택 422세대를 공급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6-3 생활권 공공주택건설사업’을 수주해 모듈러주택시장에서 첫 발을 뗐다.

2022년에는 한화건설부문이 주간하는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에 현대건설, 태영건설과 함께 이름을 올려 참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계룡건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계룡건설산업은 최근 성장세에 있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주목해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매스를 3대 추진과제로 선정하고 대전하수처리장 사업을 시작으로 수처리시설 분야에 진출하겠다”며 “친환경 건설리더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서 2020년 1월 계룡건설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50년을 넘어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길로 함께 나아가자”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신사업분야에서 아직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계룡건설은 2022년 기준 건축과 분양사업 매출 비중이 각각 51.95%, 17.81%로 70% 수준을 차지한다. 그 외 토목부문이 20.96%, 아울렛·휴게소 등 유통이 8.15%, 해외사업이 0.8%, 기타사업은 1.46%에 불과하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올해 주택사업에서는 위험부담이 적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 정부와 함께 하는 사업 위주로 수주 계획을 잡고 있고 신사업부분은 건설산업과 연관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벤처 발굴 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계룡건설은 1967년 이 회장의 아버지인 이인구 명예회장이 창업한 충청지역 기반의 중견 건설사다. 

이인구 명예회장의 유산으로 꼽히는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등 대형 공공건축물, 도로 등 공공공사에 강점을 보이면서 2022년 시공능력평가 전국 19위, 충청권 건설사 중에는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승찬 회장은 이인구 명예회장의 1남8녀 가운데 막내 외아들로 2002년 계룡건설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다만 이인구 명예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1996년에는 겨우 21살의 나이였던 만큼 계룡건설은 한동안 전문경영인이 회장을 맡아왔다.

계룡건설은 이인구 명예회장 뒤를 이어 전문경영인인 이원보 대표가 회장직을 맡았고 2008년 이인구 명예회장의 동생인 이시구 대표가 회장에 올랐다. 그 뒤 2014년 이승찬 회장이 만 38세 나이로 계룡건설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면서 다시 전문경영인인 한승구 대표이사가 회장을 맡아왔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