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 수요 급증에 TSMC 수혜, 4·5나노 공정 ‘황금알' 낳는다

▲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TSMC의 위탁생산 실적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A100'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와 같은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의 위탁생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만 TSMC의 파운드리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TSMC가 주력 공정으로 활용하는 4나노 및 5나노 첨단 미세공정에서 올리는 매출 규모가 올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4일 대만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TSMC가 올해 4~5나노 미세공정으로 거두는 매출은 7천억 대만달러(약 29조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매출은 5876억 대만달러(약 25조 원)이었는데 약 19% 늘어나는 수치다.

디지타임스는 “4나노와 5나노 공정은 TSMC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잡고 있다”며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의 위탁생산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TSMC의 4~5나노 파운드리 생산 단가는 반도체 웨이퍼(원판) 1장에 1만5천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쓰이던 7나노 공정과 비교해 50%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최신 기술인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의 생산 능력이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5나노 파운드리는 올해 TSMC의 수익성 개선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TSMC의 4나노 및 5나노 공정 수요 증가를 주도하는 것은 핵심 고객사인 미국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등 인공지능 반도체 주력 상품이다.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 고객사에만 공급되는 성능이 다소 낮은 버전의 인공지능 반도체도 동일한 공정에서 생산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상용화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의 성공이 글로벌 대형 IT기업의 인공지능 경쟁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챗GPT와 같은 서비스가 인공지능 모델 학습을 위해 활용하는 GPU 기반 반도체의 수는 2만~3만 개 정도로 추산된다.

구글과 중국 바이두, 텐센트, 한국의 네이버 등 주요 IT기업이 유사한 형태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자연히 GPU 핵심 공급사인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량도 크게 늘어나는 만큼 이를 위탁생산하는 TSMC에 수혜가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 GPU 수요 급증에 TSMC 수혜, 4·5나노 공정 ‘황금알' 낳는다

▲ TSMC 반도체 생산공장 이미지.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4나노 및 5나노 파운드리에서 TSMC가 거두는 순이익률은 5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TSMC의 올해 전체 매출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이 높은 미세공정 비중이 높아지며 영업이익 및 순이익 증가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다.

2024년부터 가동을 앞두고 있는 TSMC의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도 중장기적으로 실적 증가에 크게 기여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해당 공장은 4나노 미세공정을 주력으로 활용하는데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내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을 주로 담당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시장의 예상대로 폭발적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TSMC가 현재 생산능력으로 주문 물량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이는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삼성전자도 4나노 및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챗GPT의 등장으로 촉발된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개막이 파운드리 시장 전반에 중요한 성장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 신공장에 4나노 미세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공식화했다. 해당 공장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내 주요 고객사 확보에 더욱 유리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 도입을 통한 IT기업들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세대 기술인 3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의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3나노 반도체 매출 비중이 올해 5% 수준에 그치겠지만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