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D램 기술력 과시, EUV 장비 쥔 삼성전자 ‘초격차’는 흔들림 없어

▲ 미국 메모리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이 D램 생산에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첨단장비인 EUV를 도입한 삼성전자가 궁극적으로 기술 '초격차'를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반도체 노광장비업체 ASML의 EUV장비(왼쪽)와 반도체 웨이퍼 모습(오른쪽).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D램 생산에서 현재 양산체계 기준으로 최첨단인 14나노미터급 공정보다 한 단계 앞선 13나노미터급 공정 양산체계 구축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마이크론의 기술 과시에도 흔들리지 않고 기술 '초격차'를 흔들림 없이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이 D램 생산에서 아직까지 첨단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장비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14나노미터급 공정에서 EUV 장비를 활용해 생산효율을 높인 데다 올해 안으로 마이크론보다 한발 더 앞선 12나노미터급 양산체계 구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0대 이상으로 추산되는 EUV 장비를 토대로 수많은 표본과 생산 데이터를 축적해둬 앞으로 미세공정 경쟁에서 마이크론을 비롯한 경쟁업체에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해외 IT매체 EE타임스 등 외신을 보면 마이크론은 스마트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13나노미터급 D램 샘플(LPDDR5X)을 최근 출하했고 양산준비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만 보면 마이크론이 미세공정 양산 단계에서 14나노미터급 양산체제를 갖춘 삼성전자에 한발 앞서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EUV 장비를 활용한 공정 경쟁력에서 삼성전자와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세공정 회로 폭이 좁아질수록(공정에 붙는 나노미터 수치가 줄어들수록) 반도체 전력 효율과 성능,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공정에는 EUV장비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16나노미터급 공정에서 처음 EUV장비를 1개 공정에 적용했고 2021년 말부터 14나노미터급 D램 생산에 EUV 장비를 5개 공정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는 EUV장비를 2021년 14나노미터급 D램 생산에 1개 공정을 적용했고 13나노미터급에서는 4개 공정에 적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마이크론은 EUV장비 없이 13나노미터급 공정까지 양산하고 2024년에서야 12나노미터급 5개 공정에 한꺼번에 EUV를 적용해 기술 경쟁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현재 EUV 장비는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 TSMC가 84대, 삼성전자가 51대, SK하이닉스 6대, 마이크론 2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마이크론은 현재 보유한 EUV 장비 2대를 실제 공정에 투입하지 않고 연구개발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업계에선 D램 미세공정 양산에 결국 EUV 장비를 적용해야 하는 만큼 EUV장비 없이 공정 미세화를 진행하는 마이크론이 기술 경쟁에서 뒤질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13나노미터급까지는 EUV 장비 없이 양산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12나노미터급 공정부터는 EUV 장비가 없이는 물리적으로 회로 구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EUV장비를 경쟁업체보다 먼저 사용해 수율을 높여온 만큼 미세공정이 심화할수록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월등한 EUV 장비 숫자를 바탕으로 2023년 안으로 마이크론보다 한단계 더 정밀한 12나노미터급 공정 양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7나노 공정에서부터 EUV장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민감한 장비를 활용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에서 얻은 데이터의 양이 경쟁 D램업체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D램 생산에 EUV 장비를 적용하는 것은 단순히 정밀 노광장비를 도입하는 것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

포토레지스트(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인화하는 감광물질)를 비롯해 포토마스크(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인화할 때 필름역할을 하는 물질), 펠리클(마스크를 보호하는 얇은 보호막) 등의 공정 소재 분야에서 기존 시스템과 다른 생태계를 구축해야 차질 없이 양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에선 물론 삼성전자가 대당 가격이 높고 수량이 제한적인 EUV장비를 빠르게 도입해 당장 수익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선제적 EUV장비 도입으로 월등한 미세공정 경쟁력을 쌓아뒀다는 시선이 훨씬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선제적으로 D램 생산에서 필요한 협력업체 생태계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에서도 앞선 미세공정 노하우를 지니게 됐다”고 강조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