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미래 유럽에서 결판난다, 중국과 시장 선점 정면 대결

▲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와 CATL을 중심으로 한 중국 배터리기업 사이 유럽 배터리시장 선점 대결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과 중국 기업들 사이 유럽 배터리시장 선점 대결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샹을 보이고 있다.

한국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인플레이션 감축법(RA)에 힘입어 미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배터리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힘 받아 중국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국과 함께 미래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이 한국과 중국 배터리기업들의 글로벌 배터리업계 패권 경쟁을 결정할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배터리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배터리3사는 올해 유럽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최근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과 조만간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업무협약을 맺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포드가 튀르키예 합작공장 파트너를 기존 SK온에서 변경한다는 것이다.

포드의 튀르키예 공장은 국내 배터리기업과 완성차기업이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합작 형태를 통해 추진하는 배터리 공장이다.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컸다.

배터리업계에서는 2022년 말 헝가리 2공장 가동을 시작한 삼성SDI도 빠르게 이 지역에서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에 나설 것이란 말이 돌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모두 유럽 내 합작 및 증설과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 모두 유럽 현지에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럽을 둘러싼 소식들은 글로벌 배터리산업의 성장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국내 배터리3사를 향한 증설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기업들이 유럽에 주목하는 이유는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 가운데 유럽이 글로벌 배터리 패권의 향배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로 국내 배터리기업의 안마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2025년 배터리 생산능력 목표치 가운데 미국에서만 50%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SDI도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 첫 공장을 짓기로 확정했고 여러 완성차업체와도 협력을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3사의 미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5년 7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 배터리시장은 자국 기업 위주의 정책 탓에 중국 기업들이 매우 높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주요 배터리기업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으로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것도 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힘이 크다.

중국 배터리기업들도 국내 배터리기업 못지않게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은 지난해 말 해외 첫 생산기지인 독일 공장에서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CATL은 이 공장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8GWh(기가와트시)에서 14GWh까지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CATL은 이와 함께 헝가리에도 무려 연산 100GWh에 이르는 배터리공장을 2027년까지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외에도 유럽 세 번째 공장 건설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BYD도 유럽에 자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직접 출시하는 등 유럽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의 유럽 지역 배터리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이 68GWh, SK온이 18GWh, 삼성SDI가 40GWh(추정)이고 2025년 기준 목표량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110GWh, SK온과 삼성SDI가 50GWh 안팎으로 파악된다.

현재 유럽 현지 배터리 생산능력은 국내 배터리3사가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유럽이 전통적으로 소형차가 인기가 높은 시장인 점을 고려해 중국 기업들의 배터리가 더 많이 채택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중국 배터리기업들은 국내 배터리3사의 주력인 니켈 기반 3·4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다소 뒤처지지만 저렴한 리튬인산철(LFP)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반면 국내 배터리3사는 여전히 높은 에너지 밀도 등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의 대표 완성차기업인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에 배터리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배터리를, 삼성SDI는 코발트프리 배터리를 통해 저가형 배터리 개발에도 착수하는 등 중국 기업에 맞설 다양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다른 관계자는 “CALT이 최근 미국에 배터리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 탓에 이 공장 건설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며 “이런 상황은 한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에서 유럽이 더욱 중요한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