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린피스 정상훈 "윤석열정부 전력계획은 기후위기 대응 포기"

▲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정부 계획 대로면 13년 후에도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3월까지 마련할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에서 정부는 후퇴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더 상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그린피스 로고 앞에 선 정 캠페이너. <그린피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기후위기 대응 포기 계획이다.“

그린피스는 12일 정부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확정했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입장문을 배포했다.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하향조정은 국제사회 방향 역행하는 조치”이며 “이대로 가면 기후위기 대응도, 산업의 경쟁력 유지도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의 골자는 발전량 중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2036년까지 각각 30%대로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전원 중 원전 비중은 2021년 기준 27.4%에서 2036년  34.6%로,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5%에서 30.6%로 늘어난다.

석탄발전 비중은 34.3%(2021년)에서 14.4%(2036년)으로, 가스 즉 LNG 비중은 29.2%(2021년)에서 9.3%(2036년)로 줄어든다.

이렇게 하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중 ‘전환’ 즉 전력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목표 1억4990만 톤을 달성할 수 있다. 정부
는 이를 두고 “2018년 배출실적 대비 44.4%를 감축해야 되는 도전적인 목표”라고 자평했다.

그런데 왜 그린피스는 이 계획으로는 ‘기후위기 대응도, 산업의 경쟁력 유지도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을까.

이 입장문을 작성한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국내외 기후정책 전문가다. 2021년에는 유럽연합 등 다른 나라의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고서를 발행했다. 2022년엔 대선 주요 후보들의 기후공약을 평가해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정부 계획 대로면 13년 후에도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3월까지 마련할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에서 정부는 후퇴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더 상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12일 정부가 발표한 10차 전기본에 대해 그린피스는 국제 사회 방향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유는?

“해외 주요 국가들은 더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유럽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40%에서 45%로 5% 상향했다. 태양광 설치 용량은 2025년까지 두 배로 늘리고 2030년까지는 600GW(기가와트)로 늘리기로 했다. 에너지 위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유럽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 미국은 어떤가.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켜 재생에너지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이 법으로 2030년까지 9억5천만 개의 태양광 패널, 12만 개의 풍력 터빈이 생산된다. 또 2300개의 배터리 공장이 운영된다. IRA에 나온 전체 투자예산 4370억 달러 가운데 3690억 달러가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분야다.”

- 유럽과 미국 같은 변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가?

“그렇다. 재생에너지 확산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더욱더 빨라질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으로 5년간 약 2400기가와트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설치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2027년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석탄을 추월해 전 세계 발전비중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이대로 가면 기후위기 대응도, 산업의 경쟁력 유지도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유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해 제품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에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는 RE100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급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 한국 정부는 203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6%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족한가?

“부족하다. 다른 OECD국가들은 이미 2021년에 평균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 31.3%를 달성했다. 한국의 2021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5%다. OECD 평균보다 23.8% 낮다. 정부 계획 대로면 13년 후에도 한국은 지금의 OECD 평균을 따라잡을 수 없다.”

- 한국 정부에 바라는 바는?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선 선진국의 경우 2035년까지 전력망 탈탄소화를 이뤄야 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정부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36년이 되어도 여전히 석탄, 가스(LNG) 등 화석연료 비중이 23.7%다. 정부는 후퇴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더 상향해야 한다.

이번 전기본에서 목표를 후퇴시켰지만 또다시 전향적인 자세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3월까지 마련할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 그 기회다. 기본계획에서는 중장기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별 연도별 대책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13일 보도설명자료를 추가로 내고 수용가능한 의견은 이미 10차 전기본에 다 반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입법 활동에 더욱더 신경을 써야 한다. 가령 국회에 계류 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법의 경우 재생에너지 등 분산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하고 에너지 수요 관리와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등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중에서 풍력발전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인허가에만 6년 가량 걸리는 현행 제도를 볼 때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발의된 풍력발전보급촉진 특별법안 역시 반드시 연내 통과가 필요하다. 내년 총선 일정을 고려했을 때 국회의 올해 역할도 크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