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이 계열사 지원을 등에 업고 회사채 발행에 도전한다.

박현철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번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다면 운영자금 확보뿐 아니라 롯데건설의 유동성과 관련해 시장에 떠도는 ‘위기설’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 2500억 회사채 발행 도전, 박현철 자금 활로의 갈림길에 서다

▲ 롯데건설이 계열사 롯데케미칼 보증을 등에 업고 2500억 원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사진은 박현철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


19일 투자은행(IB)업계와 롯데케미칼 공시 자료를 보면 롯데건설은 오는 21일 제142회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받아 1년 만기로 모두 25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발행예정일은 2023년 1월2일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박 부회장이 롯데건설을 맡아 재무정상화 과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당장 내년 1월과 2월 초 만기가 돌아오는 계열사 단기차입금만 9천억 원에 이른다.

우선 지난 10월18일 롯데케미칼로부터 이자율 6.39%로 빌린 5천억 원은 2023년 1월18일 만기가 돌아온다. 2월 초에도 롯데정밀화학 단기차입금 3천억 원(이자율 7.65%)과 우리홈쇼핑 차입금 1천억 원(이자율 7.65%) 등 모두 4천억 원을 갚아야 한다.

롯데건설은 회사채시장 출격을 위해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통해 신용도를 높이고 증권사 8곳을 채권 발행 주관사로 선정해 위험부담을 나누는 등 채비를 갖췄다. 

지금처럼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는 롯데건설과 같은 A등급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 AA등급 기업과 높은 금리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노려볼 수 있는 BBB등급 기업과 달리 투자 유인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롯데케미칼은 최근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에서 장기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됐지만 여전히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해 롯데건설(A+)보다 높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에 더해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 등 정부의 지원책도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A등급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이 새롭게 발행하는 회사채의 70%를 매입해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정부 지원의 수혜를 입게 되면 롯데건설은 최악의 상황에서 전체 회사채 발행금액의 30% 수준만 스스로 조달하면 된다.
 
롯데건설은 10월부터 한 달 사이 계열사들로부터 1조 원이 넘는 운영자금을 조달하면서 한때 위기론에 강하게 휩싸였다.

다만 유상증자와 계열사의 차입금 수혈, 둔촌주공 재건축현장 등 사업장에서 유동화증권 차환 성공 등으로 현금흐름에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롯데건설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현장(유동화증권 1939억 원), 울산 강동리조트 개발사업(1130억 원) 등 올해 10월부터 11월까지 만기가 도래한 유동화증권, 유동성 차입금 등을 더해 약 2조 원 규모 차환(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리파이낸싱은 쉽게 말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재대출을 받는 것이다. 만기를 조절하거나 연장하는 등의 방식이 대표적이다.
 
롯데건설은 10월 말 기준 2022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약 3조1천억 원이었는데 급한 불은 끈 셈이다.

롯데물산 등 계열사의 자금보충과 소유 부동산 등을 담보로 외부 은행권에서도 6500억 원가량의 자금을 끌어왔다.

당장의 고비는 넘겼다고 하지만 최근 분양시장이 얼어붙는 등 부동산경기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롯데건설의 겨울도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22년 12월 주택사업경기 전망지수 보고서를 보면 12월 건설업계의 자금조달지수는 11월 37.3에서 7.6포인트 상승한 44.9를 보였다. 

자금조달지수가 올랐지만 이는 과도한 하락에 따른 반등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여전히 단기금융의 불안정성,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원가 상승, 부동산경기 침체 등 주택건설사업자들의 당면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발표한 ‘2023년 건설: 금융경색, 분양경기 저하 가속화-업황 대응력 입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롯데건설은 유상증자 및 계열사 대여, 금융권 신규 차입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급격하게 증가한 재무부담 해소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롯데건설의 자금난이 롯데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론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이던 박 부회장에게 롯데건설을 맡기면서 ‘부회장’ 직함까지 달아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박 부회장은 1960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영남고등학교와 경북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롯데건설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롯데건설에서 기획, 개발, 감사부서를 두루 거친 뒤 1999년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정책본부로 자리를 옮겨 경영관리, 조사본부 등에서 일했고 조정실장, 운영실 운영3팀장 등을 지냈다.

2015년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에 올랐고 2017년 롯데물산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맡았고 지난 15일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부회장으로 승진도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신용도가 높은 롯데케미칼이 보증을 서는 회사채이기 때문에 발행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롯데건설이 둔촌주공 등 사업장에서 유동화증권 차환에 성공하는 등 재무 관련 이슈를 극복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자신감도 회사채 발행 결정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