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12-19 14: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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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제약바이오기업이 신약개발을 하면서 돈도 벌기란 쉽지 않다. 막대한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해도 기술수출이나 신약 상업화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적자를 보기 일쑤다.
HLB(에이치엘비)그룹도 지난해까지 그랬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비록 본업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알짜 기업을 사들인 결과 주요 계열사들이 흑자 기업으로 '퀀텀 점프'에 성공했다.
▲ HLB그룹이 개선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상용화를 비롯한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재무적인 성과만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본업인 신약개발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신약개발의 시너지를 투자자들이 확신하기 위해서는 HLB그룹이 다양한 의약품의 임상 또는 상업화 단계에서 긍정적인 소식을 내놓아야 한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LB와 HLB테라퓨틱스, HLB생명과학 등 HLB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실적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HLB는 체외진단의료기기업체 에프에이를 인수함으로써 대규모 매출원을 확보했다. 에프에이는 올해 초 HLB 헬스케어사업부로 새 출발 했고 현재 회사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수익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HLB 1~3분기 별도기준 영업손익은 지난해 -145억 원에서 올해 353억 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HLB테라퓨틱스도 같은 기간 별도기준 영업이익 11억 원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HLB로부터 넘겨받은 의료기기사업이 기존 백신 유통사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수익성이 좋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204억 원 규모 코로나19 백신 유통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HLB생명과학의 경우 1~3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해 142억 원에서 올해 37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HLB처럼 실적이 좋은 체외진단의료기기업체 에임을 사들여 메디케어사업부로 출범시킨 영향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개선된 실적은 주주친화정책으로 이어졌다. HLB와 HLB생명과학, HLB테라퓨틱스는 최근 보유한 잉여금을 기반으로 주식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3개 기업이 주식배당을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LB그룹의 호실적 소식은 내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표적으로 HLB글로벌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HLB글로벌은 12월 초 미디어커머스기업 티아이코퍼레이션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티아이코퍼레이션이 보유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자회사의 음료사업과 화장품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티아이코퍼레이션 자체도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매출 163억 원, 영업이익 24억 원을 거둘 정도로 실적이 준수하다.
지속가능경영의 기틀을 다진 HLB그룹은 이제 신약개발 성과를 본격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벌어들인 돈으로 경쟁력 있는 신약을 확보해 제약바이오기업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HLB에 따르면 내년 신약개발 과제로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상용화에 가장 힘을 싣고 있다.
HLB 관계자는 “가장 큰 기대 분야는 역시 항암신약 신약허가신청(NDA)으로 특히 간암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 중에는 신약허가신청 등 실질적인 신약개발 성과를 내고 글로벌 판매망 구축을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리보세라닙은 HLB가 글로벌 권리를 보유한 약물이다. 현재 HLB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와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을 통해 미국에서 리보세라닙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논의한 결과 신약허가신청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HLB는 리보세라닙을 희귀암 중 하나인 선낭암(침샘암) 치료제로도 개발하는 중이다. 앞서 마무리한 임상2상 결과를 기반으로 허가를 받는 가속승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HLB에 따르면 현재까지 리보세라닙 이외에 선낭암 치료제 허가 목적의 임상이 완료된 적은 없어 계열 내 최초 치료제(퍼스트 인 클래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밖에 HLB 미국 자회사 이뮤노믹테라퓨틱스, 베리스모테라퓨틱스도 각자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뮤노믹테라퓨틱스는 교모세포종 치료제 'ITI-1000'의 임상2상을 마친 뒤 주요 데이터(톱라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내년부터 고형암 대상 세포치료제 임상1상에 들어간다.
HLB생명과학과 HLB테라퓨틱스, HLB글로벌 산하 HLB사이언스 등 다른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로 신약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다.
HLB생명과학은 국내에서 리보세라닙을 개발하면서 동물용 항암제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HLB테라퓨틱스는 미국 자회사를 통해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3상, 교모세포종 치료제 임상2상 등을 진행한다. HLB사이언스는 패혈증 치료제를 임상1상에 진입시켰다.
HLB그룹은 이처럼 다양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인허가, 유통 등 신약개발 전주기에 HLB그룹이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HLB 관계자는 “HLB테라퓨틱스, HLB 헬스케어사업부, HLB생명과학 메디케어사업부, HLB제약, 비임상시험기관(CRO) 노터스 등 인수한 회사들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과 상호 협업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내년 우선과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