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두고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영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기업결합 과정에서 만난 난기류를 일단 벗어나게 됐다.
▲ 영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사실상 승인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대한항공> |
29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이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문턱을 사실상 통과하면서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현지시각 28일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남은 기간 동안 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조속히 종결될 수 있도록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런 영국 경쟁당국의 판단을 두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이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에 충분하다고 본 것이라며 '사실상 승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의 자진 시정조치안에 대한 시장의 의견 청취를 거쳐 두 기업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영국 경쟁당국은 앞서 15일 영국 런던~인천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라며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승인을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리며 시정조치안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이 런던~인천 노선에 취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영국 경쟁당국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위해 국내·외 항공사들이 해당 노선에 신규 취항할 수 있도록 유치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특히 조 회장 자신이 직접 해외 현지를 방문해 협력관계가 없던 경쟁사들에게까지 신규 진입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정도로 공을 들여왔는데 이같은 노력이 성과를 낸 셈이다.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게 되면 시정조치안에 따라 각 나라의 항공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노선을 외항사와 배분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영국 경쟁당국이 2주 만에 사살상 승인으로 방향을 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추진 과정에 맞닥뜨린 난기류가 사실상 해소됐다.
이제 조 회장은 아직 남아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필수국가들의 승인을 얻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경쟁당국의 사실상 승인으로 일단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는 긍정적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유럽연합은 영국과 유사한 항공시장이라는 점에서 영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향후 심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영국, 호주와 같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더라도 그전과 유사한 경쟁환경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요구해왔다.
영국에 앞서 호주 경쟁당국은 9월 조건 없이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 기간을 연장하고 추가 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경쟁당국은 두 항공사가 합병한 이후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경우에는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가 인천과 로스앤젤레스(LA)를 오가는 노선을 10월29일부터 취항하고 있어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낮아졌다. 대항한공은 베트남 항공사를 추가로 해당 노선에 취항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한항공이 올해 안에 해외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 승인을 모두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경쟁당국이 빠른 시일 안에 심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초에야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우존스뉴스와이어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경쟁당국은 내년 1월26일까지 검토를 거쳐 해당 안건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 역시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