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에서도 CFO 출신이 계열사 최고경영자로 발탁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지주 최고재무관리자(CFO)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역할이 그룹의 재무상황을 관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계열사 경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에서 CFO 출신이 계열사 최고경영자로 발탁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KB금융그룹이 CFO를 계열사 대표로 중용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KB금융지주는 최근에도 CFO 출신의 이환주 KB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통합법인인 KB라이프생명보험 초대 대표에 내정하며 CFO 출신에 또 한 번 신뢰를 보였다.
KB금융지주는 일단 윤종규 회장부터가 그룹 CFO 출신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도 CFO를 지낸 바 있는 재무통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3월 금융지주 CFO 출신의 이승열 전 부행장을 하나생명 대표에 선임했다. 하나생명은 하나금융그룹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계열사이지만 비은행 강화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심 계열사로 여겨진다.
신한금융지주나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계열사 대표 가운데 CFO 출신이 없다.
금융지주 CFO가 계열사 최고경영자 잠재 후보로도 여겨지다 보니 연말 연초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 인사를 앞두고 이들을 주목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로 자리를 옮기지 않더라도 언젠가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맡을 수 있다고 보는 관측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 이태경 신한금융지주 CFO 부사장이 신한금융지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발언하고 있다. |
현재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이태경 부사장이 올해 초부터 CFO로 일하고 있다.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이 부사장은 지주와 은행에서 경영관리, 재무기획 업무를 담당했고 과거 LG카드 인수 실사 과정에 참여하는 등 시장과 재무 모두에서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지주 CFO는 서용호 전무가 맡고 있다. 서 전무는 외부 출신 인물이라는 점, 은행이 아닌 증권업계에서 역량을 쌓았다는 점 등에서 이전 KB금융지주 CFO와 다르다는 평을 듣는다.
하나금융지주는 이후승 부사장에게 2020년 6월부터 그룹의 CFO로 자본정책 수립과 실행이라는 중책을 맡기고 있다. 이 부사장은 금융당국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는 이성욱 부사장이 CFO로 있다. 이 부사장은 우리금융지주 설립은 물론 그 이전에는 상업·한일은행 합병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투입된 핵심 인재로 꼽힌다.
CFO가 가진 역량이 금융지주 계열사 경영에서 필요한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금융권에서 CFO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자금 조달과 재무 건전성 관리라는 역할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 들어서는 시장 자금상황에 밝다는 점이 그룹의 전략수립에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며 이들의 역량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지주 소속 CFO는 회장과 함께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룹 전략에 깊게 관여하게 되고 각 계열사와 소통하며 핵심 현안에 대해서도 높은 이해도를 갖추게 된다.
이와 함께 실적발표 등 공식 석상에서 그룹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 소통 능력을 쌓은 점도 CFO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