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로 치러진 서울대 총장선거 결과를 놓고 서울대 구성원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선거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지만 서울대 이사회가 성낙인 교수를 선출하는 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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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연천 서울대 총장 |
서울대 기초대학 교수들은 9일 서울대 대학본부 교수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 운영을 책임지는 오연천 총장의 총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오연천 총장은 서울대 이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서울대 이사회는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에서 2위였던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무기명투표로 최종 총장후보자로 선정했다. 이를 놓고 서울대 교수협의회와 평의원회 등은 학내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비민주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 기초대학 교수들은 "지난달 19일 서울대 이사회는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와 교직원 대표들의 평가결과를 무시한 채 신임 총장후보를 선출했다"며 "서울대 총장을 선출하는 막중한 사안인데 전혀 토론도 거치지 않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정한 것은 상식에서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대가 총추위와 교직원 평가를 통해 총장후보를 선출하고자 했던 과정은 법인 체제 안에서 민주성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노력이었다"며 "이사회는 교내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한 채 독단적 결정을 내려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유린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기초과학대 교수들은 “이사회가 14일 회의에서 총장 선출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 규정 개정을 약속하지 않으면 비상총회를 열어 후속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960년 구성된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비상총회를 연다면 1987년 이후 27년 만이다. 교수협의회가 학내 문제로 비상총회를 여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서울대는 지난 2월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 총장 선거를 치르기 위해 교내외 인사 30명으로 구성된 총추위를 꾸렸다. 총추위와 교직원 정책평가단은 3개월 동안 정책평가 등을 통해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을 1위, 성낙인 전 법대학장과 강태진 전 공대학장을 공동2위 후보로 선출했다.
서울대 이사회는 6월19일 비공개투표를 통해 성 전 학장을 총장 최종후보자로 선정했다.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은 교직원 평가와 총추위 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사회 투표에서 최종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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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낙인 서울대 전 법대총장<왼쪽>과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오른쪽> |
서울대 평의원회는 9일 '서울대 총장선출 결과 관련 학내기구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 교수협의회, 인문 사회 자연대 교수 대표, 직원 대표, 총학생회가 참여해 이번 사태에 대한 각계의견을 수렴했다.
정근식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은 회의에서 "오연천 총장 겸 이사장의 사과와 차후 총장 선출과정에서 교직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없으면 15일 본회의를 열어 성 교수를 선출한 이사회의 결정을 인정할지를 놓고 투표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가 진행한 '제26대 서울대 총장 선출 관련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율이 55.01%로 절반을 넘었다.
현 총장과 이사회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율은 67.13%로 더 높았고 총장선출 등 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88.58%에 이르렀다. 이번 총장후보 선출과정에 불만이 있다는 교수는 74.8%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