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그린워싱 논란, 유치 때 내건 '탄소중립' 공염불 비판

▲ 카타르는 11년 전에 월드컵을 유치할 때부터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을 내세웠다. 카타르 월드컵이 '그린워싱 월드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카타르와 국제축구연맹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인류 최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월드컵이 4년여의 기다림 끝에 개막한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개막전부터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린워싱’이 대표적이다.

20일(현지시간) 제22회 월드컵이 카타르 알코르에 위치한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으로 시작된다. 

카타르 월드컵은 사상 최초 이슬람 국가 개최, 아시아 국가 단독 개최, 겨울철인 11월 개최, 국토 면적이 가장 작은 국가에서 개최 등 다양한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그만큼 정치적, 사회적 논란도 많다.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의 비리 논란을 비롯해 경기장 등 대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했다거나 65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등 인권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안팎을 둘러싼 논란에 프랑스, 독일 등 서구에서는 시민사회를 비롯해 유명 인사들의 월드컵 보이콧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인류의 핵심 과제인 탄소배출 문제 역시 카타르 월드컵이 피해 갈 수 없는 논란이다.

월드컵은 세계적 규모의 축제인 만큼 인프라 구축, 시설 운영, 선수단 및 관람객 이동 등을 통해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2021년 6월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272만 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217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을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무더운 사막 지역에서 열린다는 특성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이전 대회보다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대회 시기를 기존 6~7월에서 11월로 옮기기는 했으나 경기장 전체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많다.
 
국제축구연맹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이전 대회보다 늘어난 363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슬란드나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은 나라에서 1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카타르 월드컵 그린워싱 논란, 유치 때 내건 '탄소중립' 공염불 비판

▲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 974'의 모습. 카타르의 국제전화 발신코드인 974에 착안해 974개의 컨테이너로 경기장 외관을 꾸몄다. <카타르 월드컵 누리집 갈무리>

이는 카타르가 11년 전 월드컵을 유치할 때 내건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당시 카타르는 국토가 좁아 경기장 사이 거리가 짧다는 점, 친환경 이동수단 활용, 경기장 에어컨 가동을 위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 구축, 조립식 컨테이너를 활용한 ‘팬 빌리지’ 관광객 숙소와 같은 인프라 구축 등을 탄소중립이 가능한 근거로 내세웠다.

카타르는 경기장도 분해가 가능하도록 조립식으로 설계하고 월드컵 마친 뒤 경기장을 분해해 블록들을 모두 재활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서구의 시민단체, 언론 등은 지속적으로 카타르가 주장하는 탄소중립 월드컵이 전형적 ‘그린워싱’이라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363만 톤'이라는 카타르 월드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치부터 의도적으로 줄여서 산출된 수치라고 지적한다.

벨기에의 환경단체인 ‘카본 마켓 워치(Carbon market watch)’는 카타르가 주장하는 이번 월드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선수단이 이용하는 비행기를 편도만 산출하고 경기장 등 건축물의 수명을 영구로 잡고 탄소발자국을 이에 맞춰 분산하면서 인공 조성된 녹지의 탄소 흡수량을 과다 책정하는 등 대부분의 산출 근거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마이크 버너스-리 영국 랭커스터대학 교수 역시 BBC와 인터뷰에서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천만 톤이 훨씬 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제축구연맹과 카타르가 주장하는 추정치의 3배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카타르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추정치를 조작한 것도 문제지만 ‘탄소중립 월드컵’ 같은 구호가 대중에게 세계적 규모의 행사를 탄소중립적으로 치룰 수 있다는 환상을 심는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기후학자인 케빈 앤더슨 교수는 BBC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이든 다른 스포츠나 음악 행사이든 이렇게 큰 행사를 탄소 중립적으로 치를 수 있다는 주장은 매우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상황을 오히려 더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상호 기자